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첫장에 새겨진 QR코드, 간결해진 보고서, '홍콩독립' 첫 등장……”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는 매년 중국의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지난 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약 1시간 40분 남짓에 걸쳐 읽어내려 간 1만8600자 짜리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예년과 다른 몇 가지 특이한 사항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 언론보도를 종합해 정리해 보았다.
중국에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QR코드 스캔은 이제 13억 중국인의 평범한 하루 일과가 됐다. 약 3000명의 전인대 대표들에게 배포된 정부 업무보고서에도 올해 처음으로 QR코드가 등장했다. 보고서 첫장 상단 우측에 새겨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지난 해 정부 업무보고서와 함께 목표치 달성 현황을 볼 수 있도록 했다.
◆ '확' 줄어든 보고서 분량
올해 리 총리의 정부 공작보고는 모두 1만8600자로 이뤄졌다. 지난 해보다 1000여자 확 줄인 것이다. 정부 공작보고 초안 작성에 참여한 황서우훙(黃守宏) 국무원 연구실 주임은 “리커창 총리가 수 차례 수정 작업에 참여하면서 보고서 분량을 최대한 줄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간결하게 작성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올해 정부 공작보고에는 외국인 전문가 11명뿐만 아니라 누리꾼들의 의견이 반영됐다. 보고서 초안작성에 직 간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인원만 수백만 명에 달했다.
◆ 리커창이 직접 삽입한 ‘파란하늘’ 문구
리커창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13억 중국인 민생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스모그와의 전쟁'이었다. 보고서에서 리 총리는 "스모그 퇴치를 위한 철통조치로 파란하늘을 반드시 수호하자"라는 문구를 직접 삽입하기도 했다. 이외에 "성장의 과실이 인민의 복지를 더 향상시키는데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검절약을 통해 인민을 부유하게 하는 게 정도다.", "정부의 자유 재량권을 줄이고 시장의 자주선택권을 늘려라", "과학연구원들이 잡일에 신경쓰지 않도록 하라" 등은 총리가 직접 삽입한 문구들이다.
◆양회 대표들이 열광한 '휴대전화 요금인하' 문구
올해 정부업무 보고 중 양회 대표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세례를 받은 부문은 '휴대전화 요금인하' 부분이었다. 리 총리가 "휴대전화 통화료 중 성(省)간 장거리통화에 부과되는 로밍요금을 연내에 폐지하겠다"라고 언급하자마자 인민대회당에서는 10여초 동안이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그동안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시진핑 국가주석조차 얼굴에 미소를 띄었을 정도다.
◆ 처음 등장한 ‘홍콩독립'(港獨)
올해 정부 업무보고는 홍콩 부문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전체 보고서에서 홍콩과 관련된 부분은 225자로 지난 4년간 보고서 중 가장 길었다. 이는 올해로 홍콩 귀속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예우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동시에 보고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홍콩 마카오에서 흔들림 없이 실천해야 한다”며 “홍콩독립은 활로가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 업무보고에 홍콩독립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하나의 중국’을 견지하는 중국이 홍콩독립 세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