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수지 산정방식 바꿔서 무역협정 재협상 압박하나

2017-02-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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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무역수지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더 커질 수 있어 향후 트럼프 정부가 무역협정 재협상에서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지 주목된다. 

현재 행정부가 고려 중인 조치로는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추가 가공을 거치지 않고 캐나다나 멕시코로 그대로 수출되는 ‘재수출품’을 미국의 수출 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재수출품은 수입 항목에 분류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 수치는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오바마 정부는 재수출품을 수출에서 제외하자는 일각의 요구를 거절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같은 이유로 이러한 방침을 고려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산정법을 적용하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와의 무역적자가 특히 커지며 기존에 미국이 무역흑자를 내던 곳도 적자로 바뀔 수 있다. 일례로 2016년 미국의 대(對)멕시코 무역적자는 631억 달러에서 1154억 달러로 당장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의회가 참고하는 무역수지 자료는 기존의 무역협정의 존폐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근거로 활용되는 만큼 미국이 무역수지 산정 방식을 바꿀 경우 국제 무역협정 논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산출방식이 변경되어 미국의 무역적자가 더 커보이게 되면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 국경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당시부터 멕시코, 중국,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들과의 무역 적자를 지적하면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무역협상의 전면 폐기 혹은 재협상, 일부 국가들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을 거론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 관리들은 새로운 산정방식으로 자료를 집계해 제출했으며 계산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접근방법을 옹호하는 이들은 미국에서 생산되어 수출되는 제품의 가치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출에서 재수출을 제외하는 것이 미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한 나라의 전체 무역수지에는 무역협정보다 국내 투자나 저축률 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무역에서의 경쟁 우위를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산정방식을 공식적으로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지는 확실치 않다. 또한 무역 당국 관계자들은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이며 자료 수집 방식에 관한 내부 논의는 보다 정확한 통계 자료 확보를 위한 통상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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