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지난 13일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의 수사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말레이 경찰은 이미 검거된 리정철을 포함해 남성 용의자 5명의 국적이 모두 북한이라고 밝히면서 사건의 '북한 배후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또 이들 외에 리지우(50) 등 다른 북한 국적자 3명을 사건과 관련된 연루자로 추적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몇 명의 참고인들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용의자들의 검거를 위해 인터폴과 협조 중이며, 필요하다면 다른 국가들과도 공조에 나설 것이라면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사망자의 신원에 대해서도 "서류 상으로는 김철이라는 것만 밝혀졌다"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말레이시아의 법과 규정에 따라 신원파악에 들어갈 것이며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겠다고"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보건당국을 통해 부검검사보고서를 받지 못한 만큼 사망의 원인이 된 독극물의 종류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브라힘 부청장은 또 시신 확인의 우선권은 친지나 일가에게 있다면서도 "이들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직까지 말레이 경찰을 찾아온 이들은 없었으며,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언제까지 시신을 보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사인과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관련 규정과 법에 따라 시신 인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북한 정부 인도에는 일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말레이 경찰은 또 이번 사건이 전문가에 의한 암살인지 아마추어의 소행인지 여부, 리정철이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노동 신분증의 위조 여부 등 사건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들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이날 현지 언론들은 보도된 것과는 달리 용의자들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즈는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이며, 그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를 말레이 경찰이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적인 리정철(46)을 비롯해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 등 젊은 여성 용의자 2명을 검거한 바 있다.
당초 이날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국내외 취재진이 예상보다 많이 몰려들면서 오후 3시로 연기되기도 하는 등 국내외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