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한국의 촛불시민혁명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세계사를 통틀어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16주째 사상 최장기로 진행중이다. 누적 참여인원만 해도 1천5백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해 12월 3일 집회는 232만, 서울에서만 170만명이 모여 현시대 세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전 연령·전 계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비폭력 평화적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국민적 축제의 장을 열었다. 세계사에 기록될 비폭력평화혁명이다. 또 국회의 탄핵, 헌법재판소의 심판으로 이어지는 헌정 질서 내에서의 권력 퇴진 운동이라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이처럼 촛불민주주의의 엄청난 에너지를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과 대한민국 대개조의 비전과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방 이후 역사의 변곡점마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의 실천적 민주주의를 더 이상 미완의 불행한 역사로 만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혁명을 완성한 권리장전,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작성한 프랑스 대혁명 등 모든 혁명은 선언을 통해 완성됐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촛불혁명의 정신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촛불 강령, 권리장전을 만드는 국민운동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국민적 합의가 모아진 권리장전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의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제16차 촛불집회에 앞서 열린 촛불권리선언 시민대토론회에서는 2000여명의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재벌 체재 개혁, 좋은 일자리와 노동 기본권, 사회 복지‧공공성, 생존권, 성 평등과 사회적 소수자 차별, 공안 통치 기구 개혁, 선거‧정치 제도 개혁, 남북 관계와 외교 안보 정책 개혁, 위험 사회 청산, 교육 불평등 개혁, 표현의 자유와 언론 개혁 등을 외쳤다.
퇴진행동은 "광장의 민주주의는 박근혜 퇴진을 넘어 보다 근본적이며 종합적인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논의한 100대 촛불개혁과제는 촛불권리선언으로 모아 3월 광화문 집회에서 국민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광장의 촛불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직접민주주의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경험하게 한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향후 시민의 조직된 힘은 주민자치제 등 풀뿌리민주주의로 실현되고, 더 나아가 시민사회와 정당 간 연립정부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촛불혁명’을 “6월항쟁 체제,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헌정불안을 종식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탄핵-대선-개헌’이라는 한국사회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립-연합-통합정부’를 구성하고, 개헌은 ‘대선 이후’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4월혁명, 부마-광주항쟁, 6월항쟁 모두 “밑으로부터의 항쟁과 보수세력의 집권-의제장악-연장이라는 일관된 수동혁명방식으로 귀결됐다”며 이번 촛불혁명이 개혁을 완수하는 능동적 시민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민주개혁세력과 정당 간의 연립과 연합은 필수”라고 말했다.
1930년대 스웨덴, 1930년대 미국, 1940년대 핀란드 등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개혁의 기본틀은 새로운 ‘정치연합-연립’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정권교체담론으로 몰아갈 정치권의 이해타산적 흐름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현재로선 촛불의 국가개혁 요구를 실행할 촛불정부 구성을 목표로 각 정당의 국민경선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민활동가는 "전국에서 200~300만 명의 시민들이 각 정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탄핵 이후 두 번째 혁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도, 정당들도 촛불의 민심에 걸맞는 변화를 추구할 것이고, 무엇보다 촛불이 대선 이후까지 계속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