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네 번째 용의자가 북한 국적으로 기재된 신분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실체에 이목이 집중됐다.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온라인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날 밤 셀랑고르 주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잘란 쿠차이 라마의 한 아파트를 급습해 네 번째 용의자 리정철을 체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만 46세(1970년 5월 6일생)으로 지금까지 체포된 용의자 중 처음으로 북한 국적이 표기된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
앞서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은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인 데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이번에 붙잡힌 리정철과 나머지 남성 용의자 3명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리정철이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계획하고 후에 여성 용의자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리정철이 1년 넘게 현지에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 i-KAD를 소지하고 있었다. i-KAD는 외국인 노동자가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1년 기한의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된다.
리정철은 아내와 자녀들과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해왔는데, '외화벌이' 북한 노동자는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가 드물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리정철 등 주동자들이 1년 동안 김정남의 동선을 파악했으며, 이번 범행 당시에도 가까운 곳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한밤중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부검에 불만을 표출하고 시신 인도를 요구해 이번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하지만 '리정철'을 비롯해 나머지 체포되지 않은 용의자들이 누군가에게 고용된 다국적 청부업자일 가능성도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외국 정보기관의 범행으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으며, 현지 매체도 '용의자 중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이 있다'거나 '다국적 암살단의 소행'이라는 등 엇갈린 보도를 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