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강남 주택시장 대장주로 통하는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각각 50층 안팎의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들고 나오면서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근 논란의 초점은 ‘공공재로서의 한강 조망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35층 규제가 유효한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 논쟁은 우선 두 가지 측면에서 뜯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한강 조망권은 과연 공공재인가’라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35층 규제가 유효한가’다.
한강 조망권은 공공재인가를 따져보려면 공공재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공공재란 정부가 재정으로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로 비경쟁성과 비배타성을 특징으로 한다. 말이 좀 어려운데 예컨대 공중파TV가 대표적인 공공재다. KBS의 경우 시청료를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공급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시청한다고 내가 시청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한강 조망권을 이런 기준으로 따져보기 위해 우선 번거로운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통용되고 있는 한강 조망권이 뷰의 대상으로서의 한강인지, 뷰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인지를 세분화해 논의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뷰의 대상으로서의 한강은 일단 공공재가 아니다. 한강 둔치에 있는 특정 공원의 경우 정부나 시의 재정으로 마련된 경우엔 공공재로 볼 수 있지만 불특정한 한강의 뷰는 엄밀히 말해 자연일 뿐 공공재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강의 뷰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은 공공재일까? 예를 들어 한강변 랜드마크로 부상한 아크로리버파크 특정 동의 특정 호수는 공공재인가? 일단 세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공재의 첫 번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특정 호는 누군가 매입을 할 경우 다른 사람이 소유할 수 없어 공공재의 판단 기준인 비경쟁성이나 비배타성에도 위배된다. 공공재 여부를 따지기 위해 어렵게 돌려 설명하긴 했지만 간단히 말해 사유재산이란 얘기다.
결론적으로 뷰의 대상이 되는 한강이나 뷰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 공간 모두 공공재의 논쟁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35층 규제와 공공재를 연결지어 논쟁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무의미하다.
이보다는 한강의 뷰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공간, 즉 사적재산권간의 충돌을 중재하는 의미로서의 층수규제가 가능한지를 논하는 게 더 정확하다. 즉 한강변 특정 아파트의 층고가 50층으로 올라갈 경우 그 이면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한강의 뷰를 확보할 수 없게 되는 데서 생기는 재산권간의 충돌에 공권력으로서의 서울시 인허가권이 개입할 명분이 있는가다.
공공재와는 반대로 사유재산의 경우 배타성과 경쟁성을 기본으로 한다. 한강변에서 떨어진 아파트의 조망권이 침해된다고 해서 한강변 아파트의 층수를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의 측면에서는 합당하지 않다.
일조권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앞집 건물이 우리집의 일조권을 침해할 경우엔 앞집의 높이를 규제할 수 있다. 일조권이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적 건강 등에 끼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사적재산권을 제한할 명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의 뷰를 햇빛처럼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불가분의 요소로 볼 수 있을까.
종합하면 한강변 35층 규제를 공공재와 사유재 등의 개념과 연결지어서는 논쟁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보다는 35층 규제가 한강과 서울을 둘러싼 주변 산들, 그리고 성곽 등의 역사 문화적 유산과 더 잘 어울어지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 유용하며, 그 것이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가를 논쟁의 초점으로 하는 게 더 합당하다. 논쟁의 영점을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