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이후 반성모드를 보여 오던 새누리당의 태도에 변화 흐름이 감지된다.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정황이 쏟아지자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로 수직낙하 했다.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도 10% 이하로 동반 추락했다. 민심으로부터 버림받은 새누리당은 당장이라도 대통령을 출당시킬 듯 했고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불과 두 달 전의 상황이다.
비박(비박근혜)계가 딴 살림을 차려 바른정당을 창당 할 당시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지대’에 텐트를 치거나 바른정당으로 입당 할 것을 전제로 2차 탈당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지지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조기에 낙마 했다. 그사이 바른정당의 정당지지도나 바른정당 소속의 대선주자 지지도가 한 자리 숫자에서 정체되어 있다. 코너에 몰려 있던 새누리당이 숨을 고를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지난 4일 이인제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태극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의원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겠다고 공언을 했다. 친박(친박근혜)을 모두 한데 묶어 저승으로 보낼 듯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과 날선 공방을 벌이던 ‘저승사자’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출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지난 두 달 동안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증명할 새로운 사실이 나타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범죄혐의가 매일 같이 나오고 있으며, 자기 범죄를 공범에게 전가코자 하는 증언들은 사건의 실체를 더욱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당지지율도 최악의 상황에 비하면 약간 반등 했으나 역대 최저 수준이다.
부러울 것 없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집안의 가장이 급서(急逝)를 했다. 살림은 파탄이 나고 형제 중 일부는 자기만 살겠다고 집을 나갔다. 집을 비울 날만 기다리고 있던 차에 눈치 빠른 자식 몇몇이 장판 밑에 숨겨 둔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최근에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15% 수준이다.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한 질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약 15% 정도이다. 새누리당이 무슨 짓을 해도 요지부동층, 이들이 바로 아스팔트 지지층임을 확인 했다. 현금 뭉치인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 누구도, 대선후보 조차도 자력으로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가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15%를 선점하기 위한 내부경쟁인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이 15%가 정통적인 콘크리트지지층 30%가 되고, 종국에는 대선에서 종북 좌파 세력과 51:49의 팽팽한 대결을 벌일 때 종자돈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리더가 곧 다음 정부의 이회창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4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사드배치 등 이념적으로 갈리는 현안에 대해 보수적인 응답을 하는 층에서 조차 민주당 지지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PK(부산경남)지역에서 호남과 비슷하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이 PK로 옮겨 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TK(대구경북)지역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30%를 상회한다. 한국의 선거지형이 근본에서부터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기한 대연정 이슈는 민주당의 지형적인 경계선을 확장시키고 있다.
바뀐 선거지형에서 야당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새누리당은 국민 85%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의지마저 상실한 채 15%의 최음(催淫)에 취해 가고 있는 것이다.
폭망한 집안의 유산 싸움 와중에 전향한 자의 몸부림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보수정당에서 민중당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씻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박 대통령을 경호하고, 영남의 적자임을 증명 받고자 지난 총선에는 대구로 뛰어 갔던 김문수 전 지사. 박 대통령의 처지가 궁박해지자 탄핵에 적극 찬성하다가 며칠 뒤에는 느닷없이 태극기를 들고 탄핵반대의 선봉에 섰다. 참으로 바쁜 정치역정이다.
15%가 그들의 미래를 밝힐 등불이 될지, 성냥팔이 소녀의 마지막 성냥일지 지켜볼 일이다.
[박해성 타임리서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