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첫 달도 벌써 반이 넘게 지나갔다. 이쯤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일들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국가 공공의 일에 참여하는 일도 빼먹으면 안된다. 특히 대통령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지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의 분노가 있었던 만큼, 총체적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울 대통령의 기준과 거기에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를 진지하게 찾을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대통령의 자질과 역량에 대해서는 역사속 교훈과 지혜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난중일기에는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이 쓰여 있는데, 이것은 이순신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을 잘 보여준다.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당파싸움을 멀리하고, 선조의 출전명령에 항명하여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도, 오직 나라와 민중을 구하기 위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바다의 지형지물을 얼마나 치밀하게 연구했는지를 보여준다.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민중의 삶을 우선으로 바다라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로서 이순신의 역량이 잘 드러나 있다.
이순신은, 정도전을 만나 고려를 폐하고 조선의 창업군주가 된 이성계와 같은 운명을 갖지는 못했다. 그러나 개인과 나라의 운명은 개인의 덕성과 군주의 역량으로 개척할 수 있다. 국가의 운명은 공화주의 정신을 키우는 지도자를 통해 바꿀 수 있다. 공화주의 정신의 개척과 관련해서는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으로 ‘군주론’ 등에 자신의 지혜를 남긴 마키아벨리에게 배워도 좋다.
피렌체 공화국은 임진왜란 보다 약 100년 앞선 1494년, 프랑스 샤를 8세의 침공을 받았다. 마키아벨리는, 프랑스의 침공을 받고 위기에 빠진 조국 피렌체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 세습군주가 아닌,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지니면서 자신의 역량으로 무장하여 군주국을 획득하는 ‘힘 있는 신군주’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의 후예인 피렌체가 조상들이 만든 위대한 공화주의 정신(virtu, 비르투)을 되살려 제2의 로마공화국으로 번영하기를 바랐다. 그가 되살리고자 한 로마 공화주의 정신은 ‘국가의 공공선’을 제도화하는 ‘공생의 정신’이었다. 즉, 귀족과 평민간의 갈등이 적대적인 갈등이 아닌 공생적인 갈등으로 전환되어서 오늘날 대통령, 상원, 하원 등의 형태와 같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의 공공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혼합정체’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공화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공화주의 정신을 부패하게 만드는 ‘불평등’과 ‘부자유’라고 보았다. 중산층과 중도층이 강고하지 못하면, 권력과 재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게 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은 신분·지위·재산 같은 조건에 의해 타인에 예속되어 노예와 같은 ‘부자유’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순신과 마키아벨리는 공통적으로 ‘파당적 이해’를 막고 국가의 공공선을 지키기 위해 ‘선공후사의 공화주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이 축적한 공화주의가 있는데, 곧 ‘산업화’와 ‘민주화’이다. 그것은 노사정 모두가 파당적 이해를 넘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해서 승화시킨 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재벌총수들의 정경유착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허무는 반공화주의적 행태이다. 2017년은 민주화를 시작한지 30년이 되는 해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허무는 총체적 부패를 견제하고, 진정한 공화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공화(公共化)’단계 즉, 공화의 단계로 이행을 추진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그 이행을 추진함에 딱 맞는 공화의 힘을 가진 대통령후보는 누구일까?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