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AI…축산농가 다 죽게 생겼다

2017-02-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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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젖소 농가 우유 시중 유통?

방역 중인 차량[사진=농림축산식품부]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이 또 발생하자, 허술한 방역체계를 지적하며 축산농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전북 정읍에 있는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밀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농가는 한우 48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해당 농장주는 키우던 소 일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보여 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초동방역과 함께 정밀 검사를 벌이고 있으며, 검사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이틀 연속 다른 지역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전국으로 30시간동안 일시이동중지(스탠드 스틸·Standstill) 명령을 내렸다.

일시이동중지는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우제류 축산농장 및 관련 작업장 등에 출입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이 가축성 전염병으로 입안에 물집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사료를 먹지 못한다. 발굽에 물집이 생기면서 잘 일어서지도 못한다.

◆백신 항체 형성 19%…구제역 젖소 우유 시중 유통?

올해 첫 발생된 충북 보은의 젖소 사육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농장에서 생산된 우유가 신고 이전에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어 국민의 식품안전 불감증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최초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북 보은의 195마리 규모 젖소사육 농장은 '혈청형 0형' 타입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0형 타입은 7가지 구제역 바이러스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유형이다. 해당 농장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 농가의 경우 지난해 10월 15일 마지막으로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은 있는데, 항체 형성률이 20%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낮은 수치"라며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냉장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구제역으로 348만 마리가 살처분·매몰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가 난 이후부터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축종별로 다르지만 소의 경우 생후 2개월에 한 번 접종한 뒤 그 후로부터 한 차례 더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이후 6~7개월 주기로 반복해 접종하게 돼 있다. 주기를 맞춰 접종하지 않으면 항체 유지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크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 살처분 보상금 삭감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 97.5%, 돼지 75.7%로 매우 높은 편이다. 소의 경우 이 평균치 대로라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농장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방역 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 백신' 논란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영국 메리알사의 '01 마니사', 'O 3039' 등을 백신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효능은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5일 신고가 접수된 직후 이 농가에서 생산된 우유는 전량 폐기 조치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고 이전의 우유는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시중에 유통될 때는 살균처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축산농가 "AI에 구제역에 우리도 죽게 생겼다"

"AI에 구제역에 해마다 터지는 가축질병 때문에 우리도 죽게 생겼다. 정부가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며 보상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구제역이 또 발생해 축산농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혹시나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책임을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축산 농가는 "역대 최악의 AI 사태로 살처분 보상금도 제대로 못받고 애먼 가금류 농가들만 죽어나는 모습을 봤는데 이제는 우리 차례냐"며 "정부가 제대로된 소독약만 제공했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금류 농가는 "자식처럼 키워온 닭과 오리를 산채로 묻은 심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모른다"며 "AI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 데 살처분 보상금까지 줄어들어 살길이 막막하다"고 한숨 지었다. 

최근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살처분 보상금 감액 규정을 대폭 늘렸다. 2년 이내에 AI가 재발했을 때는 2회 20%, 3회 50%, 4회 80% 보상금을 삭감한다. 의심 신고를 하루라도 늦게 했을 때도 보상금 총액에서 20%를 빼고 소독을 게을리했을 때는 5%를 더 감액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AI·구제역 등 가축질병의 확산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AI는 정부 발표처럼 철새가 전파하는 질병인데 피해자인 가금류 사육농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며 "AI가 발생하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 6~7개월 가량 입식도 할 수 없다. 정부가 AI 피해 보상을 100%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농가는 "철새가 퍼나르는 AI 바이러스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게 말이 안된다"며 "오리 2만여 마리를 살처분 했을 때 손에 쥔 돈은 고작 700만원이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구제역으로 역대 최대 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그해 11월부터 이듬해인 2011년 4월까지 3748건이 발생해 348만 마리의 돼지와 소 등이 살처분됐다. 당시 무려 2조7000억 원의 살처분 보상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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