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용산 역세권개발 무산의 '긴 그늘'…44년 동화면세점 존폐 기로

2017-02-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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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면세점·호텔신라, 주식 처분 방식에 대해 이견 보여

용산 개발사업 청산이 근본적 원인

동화면세점 모습. [사진제공=동화면세점]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44년 역사의 국내 최초 시내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 문제의 단초가 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하 용산 개발사업) 무산 사태에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19.9%(35만8200주)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원을 같은 해 12월 19일까지 상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동화면세점은 이달 23일까지 10% 가산금이 더해진 788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이 역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 측에 상환 대신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30.2%(57만6000주)를 넘기겠다고 전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다거나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우리 측이 차입금 및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30.2% 지분을 담보 설정한 것이다. 호텔신라와 차후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의 관계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19.9%를 600억원에 취득하며 풋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만약 이번 동화면세점 측 제안대로 호텔신라가 지분 30.2%를 넘겨받게 된다면 총 50.1%로 호텔신라가 최대주주가 된다.

다만 호텔신라는 인수보다는 지분 청산 금액 상환에 무게를 뒀다. 최근 수년간 동화면세점의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경쟁 면세점들도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기병 회장이 처분금액을 갚으려고만 한다면 주식을 팔아서라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회장의 자금 사정이 열악한 상황도 아닌데, 현 시점에서 우리 측이 굳이 리스크가 있는 면세점 경영권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화면세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씨가 지분 21.58%를 보유·운영 중이다. 최대주주는 신정희씨 남편 김기병씨로 지분 41.66%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동화면세점의 향방이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 데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청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씨가 회장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투자한 용산 개발사업이 2013년에 무산되면서, 동화면세점의 재무 압박도 확대됐다.

당시 자본금이 55억원 수준이던 롯데관광개발은 용산 개발사업에만 무려 17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사업 청산으로 투자금을 한꺼번에 손실 처리해야하는 것은 물론, 완전 자본잠식(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000억원대) 위기에 놓이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개발사업 해제에 따른 회사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당시로써는 알짜 자산이던 동화면세점 지분을 매각한 셈이다.

과거 용산 개발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용산 개발사업이 청산된 지도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피해의 암운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롯데관광개발은 당시 역세권 개발사업을 주도했지만, 사업 디폴트로 인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며 "이번 동화면세점 사태도 용산 사업 무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로, 꽤나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 시장 분위기가 결코 녹록치 않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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