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교육청 8곳에서 연구학교 지정 공문을 일선 학교로 보내지 않았는데도 교육부 담당 실장은 갈등을 키우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육청이 공문을 전달하지 않고 연구학교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대응이 없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기존에 교육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모습과는 달라졌다.
교육부는 교육청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직접 대집행에 나서고 교육감 고발까지 해왔다.
연구학교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부는 원하는 학교는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올해 국정 교과서 적용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의혹을 샀다.
연구학교는 기껏해야 10~20개 학교 정도로 정하는 데 원하는 학교 모두를 참여시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참여 신청 학교가 수백 곳이 넘어도 받겠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법적 대응 의지까지 밝혀 교육청들의 반발이 컸다.
교육부가 연구학교 공문 대집행에 나서고 직접 지정하게 되면 학교 현장이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
참여학교 내부에서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반발도 커졌을 것이다.
안그래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국정농단 비리로 국민들의 마음의 상처가 깊은 데 덧나게 만드는 일이다.
교육부가 이번에는 그냥 지켜보면서 넘어가기로 한 모양이다.
얼마나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우는 연구학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교육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참여학교가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를 계기로 역사교과서로 인한 혼란이 수그러들기를 바란다.
여소야대라 하더라도 법사위원장을 여당에서 맡고 있어 역사교과 국정 교과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는 불확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마당에 연구학교를 소수만으로 운영하면서 혼란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교과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교육계의 혼란은 2014년 국정화 결정, 집필진 선정, 편찬기준 공개, 현장검토본 공개 등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사회적인 갈등만 키웠다.
교육부는 국정을 올해부터 하기로 했다가 내년으로 연기하고 국검정혼용으로 운영하기로 바꾸더니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술도 검정 교과서에서는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렇듯 애초에 안정적이지 못하고 무리가 있는 방침을 밀어붙인 한계가 갈수록 드러나고 있다.
상반기 선거가 있을 경우 정부가 바뀌면 앞으로 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1년이 넘도록 국정 교과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답답하게만 만드는 사안이었다.
휴대폰 등으로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정부가 쓰는 교과서만으로 역사를 배우라고 하는 것부터가 시대착오적이다.
정보를 통제하려는 권력의 욕구에서 나온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평가하고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권리를 없애려하기에 반대가 심했었다.
연구학교 최소 운영으로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국립대 부설 학교만 소수 운영한다면 교육청과의 갈등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교과서 문제를 수습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로 가면서 역사교육을 정상화하는 길로 접어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