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경우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작년 상반기에 끌어올렸던 실적을 무력화시켰다. 생명보험사 역시 자살보험금 지급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지출이 커지면서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약 2997억원으로 3분기(7052억원)대비 58%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의 4분기 순이익이 1068억원으로 예상돼 전분기(2400억원)대비 55.5% 줄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각각 451억원, 61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6.2%, 67.3% 감소했다. 같은기간 KB손보(458억원)와 메리츠화재(405억원)도 각각 27.7%, 50.7% 줄었다.
명절·겨울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손해율이 전분기 대비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5개 손보사 자동차보험손해율은 85.0%로 전분기 대비 7.2%p, 장기보험손해율은 1.5%p상승한 86.9%로 예상됐다.
생보사들의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 등 4곳은 지난 4분기 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4개사의 전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7137억원이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의 4분기 순이익이 669억원으로 전분기(4857억원)대비 86.2% 감소했다. 같은기간 미래에셋생명도 114억원에서 26억원으로 77% 줄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각각 303억원, 4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생보사들이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자살보험금 및 변액보증준비금,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달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각각 400억원, 200억원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미래에셋생명은 희망퇴직을 받아 지난해에만 230명을 내보냈다. 동양생명의 경우 육류담보대출금(약3803억원)이 상당부분 손실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 대손준비금을 높게 가정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올해 실적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저축성 보험 비과세 한도를 축소하면서 보험사들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에 따른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할인율에 따라 책임준비금(RBC)을 추가 적립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생보사들은 LAT 및 RBC비율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데다 저축성 보험판매 비중이 커 제도변경에 따른 신계약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장기 저성장의 상황에서 보험업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