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명동, 동대문 등 주요 상권에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싼커(散客·개별관광객) 방문은 계속되고 있어요. 이마저 놓치지 않으려면 역사·문화에 기반한 볼거리와 즐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절실합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31일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1동 1명소' 사업에 가시적인 성과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쇼핑관광 인파의 불안정을 예상하고 5년 전부터 1동 1명소화를 추진 중이다. 관내 곳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문화자원을 찾아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해 선보이는 것이 골자다.
한양도성 다산성곽길, 동국대 옆 서애길, 광희문 인근에는 문화예술거리를 조성 중이다. 누구나 걷고 싶도록 여건을 개선하면서 갤러리, 공방, 소극장 등 민간시설을 유치해 젊음과 예술이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시킨다.
최 구청장은 "이미 청년예술가들이 들어오고 민간투자가 진행되는 등 변화의 기류를 탔다"면서 "다산성곽길 중간에는 다목적 공영주차장 건립을 착수했다. 조만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만큼 이와도 잘 어울리는 예술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구는 전통시장이 34곳으로 서울시 자치구에서 가장 많다. 구는 이 가운데 국가대표격인 남대문·동대문시장 두 곳을 글로벌 명품시장에, 중앙·신중부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야시장을 비롯해 대표상품 등 각기 시장만의 특색을 찾아내 경쟁력 향상에도 힘쓴다. 작년 국내 최대 건어물시장인 신중부시장에서 맥주 페스티벌을 열어 호평이 쏟아졌다.
최창식 구청장은 도시행정 전문가로 서울시 제2부시장 재직 당시 지하철 5~9호선, 청계천,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DDP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그가 이번에는 골목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을지로의 옛 뒷골목에 숨은 다양한 유산들을 코스로 돌아보는 '을지유람'을 시작했다. 수 십년간 지나쳤던 좁은길에서 관광마케팅의 가치를 찾아냈다.
이제 이른바 '골목문화 창조'에 몰두한다. 동네 골목마다 안전과 질서를 주민 주도로 확립하고 유지토록 돕는다. 예컨대 불법주차, 물건적치, 쓰레기 무단투기 등 고질적 현안을 주민들의 공감과 협의로 풀어간다. 거리미술관으로 거듭난 필동 골목이나 신당동 내 골목 경로당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고 마을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다.
최 구청장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노는 골목, 배려 가득한 동네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라며 "연간 약 800만명의 외국인이 오가는 중구에서 뒷골목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자 가까운 미래에 국가 이미지 전체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