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기서 직장인만 별도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그 시간은 6시간 정도로 크게 감소한다.
"잠을 조금 적게 자는 것이 그렇게 큰 이슈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면은 실제로 건강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
수면이 부족하게 될 경우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비만, 심장병, 혈당 질환, 우울증, 불안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각종 향초와 아로마 테라피, 숙면 유도 사운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은 물론, 직장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고급 안마의자와 커피를 제공하는 수면 카페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와 동시에 잠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침대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접하기 쉬운 스프링 매트리스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침실 문화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에서 선호하는 폼 매트리스를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폼 매트리스의 경우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해 깊은 숙면과 안정된 지지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몸을 뒤척일 때 발생하는 소음도 적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체중과 체형에 맞게 반응해 미세한 굴곡을 자연스럽게 감싸 안아 어떤 자세에서도 아늑하고 포근한 수면 및 휴식 환경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침대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의 기본적 의미를 뛰어넘어, 생활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포함하게 되면서 '슬립테인먼트(Sleeptainment)'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슬립테인먼트는 '슬립'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침대에서 숙면과 마사지 테라피, 영화 감상, 독서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침실 문화를 의미한다. 또한 슬립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슬립테인먼트족(族)'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모션베드 시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침대 업체들도 다양한 체험 공간을 설치하면서 침대가 단순한 수면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소비자들 이 더 높은 수면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접근·체험형 마케팅을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마케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해진 수면 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가 수면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불게하고 있다.
잠잘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운 한국의 사회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양질의 수면을 누리고자 하는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머지 않은 시간 안에 수면 시간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일지언정 수면의 질 만큼은 1위인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