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대만 차이잉원 정권의 외교 숨통을 바짝 조이고 있다. 이제는 대만이 비(非)수교국에 두고 있는 대만 주재기구도 내쫓길 처지에 놓였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최근 수도 아부자에 주재하고 있는 대만 대표기구를 최대 상업도시 라고스로 옮겨 달라고 대만 측에 요구했다고 홍콩 명보 등이 13일 보도했다.
이에 대만은 즉각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나이지리아를 향해 "중국 대륙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해 한 비이성이고 잔인한 정치적 선전공작"이라며 엄중하게 항의·규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지리아 측에 후속협상 여지를 남겨둘 것을 호소하며 관련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인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때 마침 나이지리아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 나이지리아의 처사를 높이 평가했다. 12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제프리 오네야마 나이지리아 외교장관과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체결한 자리에서다.
왕이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나이지리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 과감한 조치로, 양국간 정치 상호신뢰에 영향을 미쳤던 역사적 잔류 문제를 과감히 해결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이어서 "나이지리아에 소재한 대만 기관은 수년간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는 업무를 하는등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대세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도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중국과 나이지리아간 전략적 파트너 관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만과 그 어떤 정부간 교류도 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 국가통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대만은 지난 1996년 나이지리아와 단교한 이후에도 현지 수도에 ‘중화민국 주 나이지리아 연방공화국 상무대표단’을 두고 있었다. 이는 다른 비 수교국에 소재한 대만 대표기관이 ‘타이베이 대표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그리하여 중국은 지난 2002년 나이지리아가 수도를 라거스에서 아부자로 옮긴 후부터 대만 기관을 아부자에서 이전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가오즈카이 중국 외교학자는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시기 중국은 '중화민국' 대표처가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것 알고 있었지만 눈감아 줬다"며 "차이 총통 취임후 왕이 부장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기회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아프리카 소국인 상트페 프린시페가 대만과 단교하자마자 중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등 앞으로도 대만을 향한 중국의 외교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