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산 화장품을 무더기로 수입 불허 조치하면서, 국내 면세점 업계도 좌불안석이다.
이번 조치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이 공식화된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화장품업계와 더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커(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면세점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유커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경제 보복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8월 한국인 대상 상용 비자(멀티 비자) 발급 절차 강화에 이어 중국 방송 내 한국 연예인 및 콘텐츠를 비공식적으로 제재했다.
이후 11월에는 한국 드라마 방영 및 콘서트 제한, 연예인 광고 모델 규제 조치(限韓令, 한류금지령)를 본격화 했고 롯데그룹의 중국 법인에 대해 이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점검도 벌였다. 이어 12월에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등 갈수록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탄은 고스란히 유커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51만6956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1~11월 성장률이 36.5%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유커 감소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해 현지 여행사들에게 한국행 여행객 수를 전년 대비 20% 줄이고, 쇼핑 역시 ‘1일 1회’ 제한토록 한 지침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 횟수 위반의 경우 약 30만위안(5000만원)의 벌금까지 부과한다고 나섰으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향후 가시적인 유커 방문이 더욱 줄어들면, 국내 면세업계는 지난해 새로 특허를 취득한 신규 면세점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이 한층 더 나빠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새로 문을 연 5곳의 신규 면세점들은 모두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불과 보름여 남은 중국 춘절도 올해는 예년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커들이 춘절 기간 국내 면세점 방문 일정이 예년보다 줄어들거나, 평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 여행사 등의 반응을 확인해보면 확실히 예전처럼 이번 춘절에 유커들이 몰릴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얼마나 구체화될 지 상황을 예의주시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7일 “한국 정부가 중국 사드 여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화장품 수입 불허 조치에 이은 또다른 경제 보복을 예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