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삼성전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특검팀 등에 따르면 최씨가 금품을 받은 행위가 박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과 사실상 마찬가지이며 이는 공직자인 박 대통령이 민간인 최씨와 공모해 직접 뇌물을 받은 것으로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나온 판례는 공무원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았더라도 ▲ 사회 통념상 그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인 경우 ▲ 뇌물을 받은 사람과 공무원이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특검팀은 그동안 제3자 뇌물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는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직접 당사자로 보는 입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제3자 뇌물죄와 뇌물 수뢰죄는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특가법으로는 수뢰액에 따라 최소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이 가능하다. 특히 뇌물수뢰죄의 경우 공직자의 직무 처리나 집행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제3자 뇌물죄보다 더 중하게 다뤄진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재산상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제3자 뇌물죄와 달리 공여자의 ‘부정한 청탁’과 관계없이 직무와 관련한 것이면 적용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측면 지원하고 그 대가로 최씨 측에 거액을 몰아주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 역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적 관계에 따라 뇌물죄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한편, 특검팀은 피의자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이날 오후 재소환했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지난달 31일 특검 수사 시작 이후 '1호 구속자'가 됐다. 이후 지난 1∼2일과 5일에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전날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삼성그룹의 핵심 조직인 미래전략실의 수뇌부인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밤샘 조사'한 특검팀은 문 전 장관에게 삼성 합병 찬성 관련 의혹을 다시 캐물었다.
또 특검팀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해당자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헌법위반 행위임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장관 등 '4인방'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이 외에도 헌법위반 행위라는 설명을 넣어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구속영장 청구서에 언론 자유 등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포함됐느냐는 물음에 "그런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