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조득균 기자 = "꿈에라도 얼굴이 보이면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감히 딸 아이 앞에 나설만한 아무런 명분이 없네요. 벌써 3년 여가 흐르는 동안에 어떤 원인이나 어른들의 진심어린 사죄를 이끌어낸 게 전혀 없으니까요. 피어보지도 못하고 꺽인 아이들을 언제나 편히 보내줄지 모르겠네요."(희생자 가족 박정화씨)
이달 9일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1000일째를 맞는다. 여객선에 탑승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나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은 이런 긴 시간 동안에도 그 아픔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특히 2014년 4월 16일 이후 단원고교 학생과 교사를 비롯해 일반인 등 희생자 304명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사회전반에서 나왔다.
입구로 들어서자 '기억교실은 250명 친구들과 11명의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입니다'라고 적힌 글이 추모객을 이끌었다. 1층과 2층에 걸쳐 마련된 여러 교실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 책상마다 올려졌다. 2학년 7반 교실에는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 총 32명, 생존학생 1명'이라는 상황판이 나붙어 짠한 여운이 남았다.
떠난 보낸 이들을 그리워하며 붙혀진 여러 노란 리본에는 '천국에서 모두 행복하길'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슬픔이 사라지고, 진실과 아름다움이 세상의 머리 위에서 빛나기를'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말이 남겨졌다. 2학년 8반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에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학생들의 이름이 빼곡히 나열됐다.
이곳에서 만난 박정화씨는 이 사고로 막내딸 조은정양(당시 2학년 9반)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박씨는 "지금까지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 서둘러 은정이를 포함해 희생 아이들의 억울함이 해소되길 바란다. 정말로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면서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쟁점은 '진상 규명'과 '상반기 인양' 두 가지로 크게 압축된다.
기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대신해 국민조사위원회가 이달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조사위는 특조위의 조사결과를 정리하고, 차후 '2기 특조위'가 만들어졌을 때 원활한 업무가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장훈 세월호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지난 1000일이 진상 규명을 위해 정부에 맞서 싸워온 시간이라면, 앞으로 1000일은 직접 진상을 규명하는 1000일이 될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강력한 특조위가 만들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국민조사위 상임연구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면서 "아직 검토되지 않은 자료가 산더미 같고, 이미 검토된 자료들도 다양한 각도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바다 밑에 남겨진 세월호의 인양은 이르면 상반기 내 완료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측은 "인양 공정률이 75%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간 인양 방법의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 조율과, 예상보다 나쁜 기상조건 등 악조건 탓에 일정이 거듭 늦춰졌다.
주요한 남은 작업은 선체 아래쪽에 설치한 리프팅 빔에 와이어를 연결해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때 와이어 연결에 6∼8주 가량이 걸리고, 이후 선체의 유실방지망 상태 확인 및 미수습자 수색 등에 추가 작업이 요구된다. 이런 과정이 올 3월께 예정대로 마무리된다면, 상반기 중에 세월호는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한편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이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급격한 변침(선박 진행 방향을 변경) 등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인해 좌현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엉뚱한 교신으로 골든타임 지연 △선장과 선원들 무책임 △정부 뒷북 대처 및 해경 소극적 구조 등 총체적 부실로 최악의 인재(人災)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