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단상] "촛불민심은 국민 민심아니다"...당랑거철을 거둬라

2017-01-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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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다종다기한 주장이 분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헌법재판소는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집회를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라고 규정했다. 서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또 “집회에서 대통령을 조롱하며 부르는 노래의 작곡자도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네 번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매체들을 인용하면서 색깔론까지 더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방청객들이 고개를 숙인 채 웃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취재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국회 소추위원단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탄핵소추와 무관한 이야기라며 재판장에게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리인단의 이 같은 억지 주장에 어느 정도의 국민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조를 할까?
지난해 10차례에 걸쳐 촛불집회에 참석한 누적 인원은 1000만 명이다. 우리 국민의 1/5이 거리로 몰려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물론 이것은 주최 측 추산이며 경찰의 집계는 이와 차이가 크다.

매주 토요일 휴일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선 많은 국민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에는 그 구호가 ‘박근혜 구속’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변호인은 아마도 촛불집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번이라도 참석했다면 앞서의 주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촛불집회에는 다양한 계층과 다기한 집단들이 참가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는 1500개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리인단이 콕 집어 지적한 민주노총도 퇴진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10차례에 걸친 촛불집회를 민주노총이 주도한 적은 없다. 한국노총도 별도의 집회를 갖고 촛불집회 본집회에 합류한 적도 있다. 민주노총은 촛불집회 때 현재 수감 중인 한상진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친 적은 있다. 한 위원장이 이 같은 구호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촛불집회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촛불집회에는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사람,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사람, 풍뎅이를 연구하는 모임의 사람,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국정교과서 강행을 비판하는 사람, 언론을 비난하는 사람 등이 어우러져 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동안 말하지 못한 울분들을 광장에서 해원(解寃)하는 것이다.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세월호7시간’ 진상규명 요구다. 청와대 인근 100미터까지 집회와 행진이 허용된 날, 행진 대열의 가장 앞자리에 선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가운데 정당이나 단체 소속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 시민이다. 가족 단위로 혹은 연인끼리 나와 주최 측이 마련한 본 집회와 행진에도 참여하고, 자신들끼리의 시간을 가지며 다양한 사회 문제 등을 토론하고 별도의 행진을 한다. 광장에는 하나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종다기(多種多岐)한 목소리가 합쳐지고 또 분출된다.

대리인단의 주장은 진영 논리에 스스로 갇힌 채, 현실은 물론 본질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싸움을 하겠다고 나선 그들을 향해 국민들은 헌재의 방청석처럼 고개 숙여 웃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물론 ‘탄핵당한 대통령’을 구하자고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까지 떨어뜨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대리인단의 이 같은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를 막으려 한다는 뜻으로 무모한 행위를 일컫음) 행위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11차 촛불집회에 나선 초등학생이 가소롭다는 듯 웃는 모습을 상상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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