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ECB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 인플레이션 압력 커지며 금리인상 목소리 더 커질 듯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전달 0.8%보다 0.1%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역시 시장예상치 0.8%를 웃돈 것이다.
11월 중 1.1% 하락했던 에너지 물가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12월 들어 2.5% 상승세로 반전했다. 식품 및 주류·담배 물가 역시 전월 0.7%에서 1.2%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다만 에너지를 제외한 산업재 물가 전년 동월비 0.3% 오른데 그쳤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독일이 그동안 요구해왔던 금리인상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일간지인 한델스블라트는 4일 "저금리의 덫에 갇히다"라는 제목을 통해 유럽의 저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CSU) 마르쿠스 죄데르 의원은 현지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에 "ECB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독일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ECB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유로존 자체에 대한 회의주의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내다봤다.
◆ 유가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낮아…성장과 물가 사이 딜레마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은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유로존 경제 곳곳에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월 자산 매입 규모를 월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축소한 한편 기간을 올해 12월까지로 9개월 연장했다.
반대편에서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국제유가라는 단일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급격한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입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만약 OPEC의 협상이 계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 세질 것이다. 그러나 유가를 제외한 다른 근원 인플레이션의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BNP 파리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리처드 바웰은 주장했다.
마르코 바그너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ECB 목표(2%)에 다가가고 있지만, 이는 ECB에 좋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면서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1.25%를 넘어설 것 같지 않고, 핵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 아래 머물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의 움직임은 ECB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가 지난해 52% 치솟으며 2012년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한 데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7% 급락, 유로존 인플레이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ECB의 정책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높아지는 물가로 공격적인 부양책의 뒷받침하는 근거가 약해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세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 통화완화정책을 접기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