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올해에는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들의 지배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제 중앙은행들의 수용적 통화정책보다는 경제 성장률과 기업들의 순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촉발된 작년 말 증시 랠리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안전자산에 속하는 채권이나 방어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신 기업 순익과 신용 리스크에 보다 큰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제고를 위해서 막대한 자산 매입을 실시하고 금리를 사상 최저치, 심지어 마이너스까지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매월 800억 유로(약 101조원)어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영란은행 역시 회사채와 국고채를 매입 중이며 일본은행은 ETF를 통해 주식까지 매수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높아져 자본조달비용이 적게 들면 기업들의 순익은 개선되고 주가도 올라간다. 현재 S&P500 기업들의 주가순익비율(PER)은 17배로 10년 평균치인 14.4배에 비해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스위스 은행인 유니온 방캐르 프리베의 스콧 미치 펀드 매니저는 “증시는 오랫동안 실적 주도형이 아니라 채권 주도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중앙은행들의 통화 부양책은 끝나가고 있다. 지난 12월에 ECB는 양적완화 기한을 올해 3월에서 12월로 연장했으나 규모는 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했다. 또한 미국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성장률과 인플레 제고 노력의 빈자리를 정부가 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막대한 인프라 지출과 금융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역시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다.
인베스코의 알나브 다스 연구원은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재정 부양책과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다면 굳이 수용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에 미국 경제는 전년 대비 3.2% 성장하면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유로존, 일본의 성장률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작년 1~3분기 동안 중국이 6.7%의 성장률로 경착륙을 면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주었다.
금융시장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달 동안 경기 순환주 비중이 높은 MSCI 월드 지수는 10% 급등했다. 이보다 안전하고 방어적인 주식은 평균 4.6% 오르는 데 그쳤다.
유로존 은행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유로존 은행 주식은 작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마지막 2달 동안 상당 부분 회복했다. 반면 글로벌 채권은 작년 11~12월간 5% 추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446%까지 올랐다.
다만 리스크는 있다. 최근 기업들의 순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막대한 재정 부양책이 정치적 갈등 속에서 원활하게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