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월가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는 방증으로 통하지만 세계 각국은 달러 강세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달러가 올해에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이 집계하는 달러지수는 2016년에만 3.1% 올랐다.
선라이즈 캐피탈 LP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CIO는 “다른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사야한다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달러가 앞으로 몇 개월 간 호주 달러, 엔, 유로 대비 높아질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인들의 구매력 확대로 이어진다. 수입품 물가가 싸지고 해외 여행에도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기업들은 달러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해외 소득의 가치가 낮아져 순익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달러 강세는 원유 등 달러 표기 상품 가격을 압박하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달러 부채 많은 기업과 정부들 역시 달러 강세로 부채 가치도 높아지면서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진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달러 강세는 자본 유출을 가속시켜 유동성 타이트닝을 초래하고 있다. 12월 연준의 금리인상과 추가 인상 신호 이후 중국의 채권시장은 급락했다. 중국 당국은 신용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서 유동성을 투입해야 했다. 지난 10월 이후 위안 가치는 달러 대비 4.3%나 떨어졌다. 여타 신흥국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터키 리라는 지난 3개월간 달러 대비 가치가 15%나 주저앉았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전략가는 트럼프의 재정 부양책이 “정책의 주요 변화”라며 “달러 강세를 재점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WSJ는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와 감세가 실제로 달러 강세라는 결실을 맺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강력한 재정 부양책이 달러에 미치는 영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ICE달러지수는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재정 부양책과 금리인상 속에서 80% 이상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2000년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연준의 수용적인 통화 정책과 증시 불확실성과 겹치면서 달러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만약 달러 강세가 심화될 경우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이버거 베르만의 다노스 발다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2월에 달러/엔 강세 베팅에 대한 수익을 취했는데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