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 등 살처분된 가금류 마릿수가 3000만마리를 넘었다.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는 국내 전체 사육규모의 32.1%인 2245만 마리가 매몰됐다.
계란 공급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며 일부 대형마트와 중간도매상 등이 사재기와 매점매석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AI 사태에 계란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전남 지역에서 AI가 처음 신고된 지난달 16일 특란 30개 평균 소매가는 5558원에서 지난 2일 8251원까지 올랐다. AI 발생 이후 약 50일만에 51.3% 인상된 것이다.
정부가 실시한 계란가격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각 지역의 작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계란 한판 가격은 1만5000원으로 훨씬 높다.
계란이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3~4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양계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은 수집판매업자를 통해 세척 및 포장 과정에 들어간다.
이후 대형마트나 대기업으로 바로 납품되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다. 또 도매상 등을 거쳐 소매점에 공급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매상은 물량을 묶어놓는 식으로 수급을 조절하거나, 이윤을 무리하게 남겨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여러 과정에서 마진이 붙거나, 웃돈을 얹어주고 가져가는 곳도 있어 계란가격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매일 가격이 오르니 일부 대형 도매상은 창고만 있으면 무조건 계란을 쌓아둔다"고 꼬집었다.
반면 유통업체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유통상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도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폐업,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농장이 계란을 풀지 않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다. 계란 수입 등으로 가격인상 기대가 사라질 때 생산자의 비축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합동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와 도매상이 서로 계란을 쌓아둔다고 의심하는데, 이번 점검에서는 대형 농가와 수집판매업체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터지는 'AI 사태' 때마다 들쑥날쑥한 계란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요 대책으로 계란유통센터(GP센터)의 역할 강화가 꼽힌다. GP센터는 계란을 수집해 선별·포장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대규모 집하장이다.
전국에 50곳의 GP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35% 수준이다. 나머지는 농가와 유통업체간 직거래나 중간 수집판매상을 통해 유통된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공판장 개념의 GP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바뀌면 공식 거래가격이 집계되고, 수집상이 직접 농가를 출입하지 않아 방역에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당국이 구조 개선을 서두르지 않아 계란 대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GP센터를 통한 유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GP센터를 의무화하려면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I에 감염된 닭·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마릿수가 3033마리에 이른다. 또 최근 폐사한 포천 새끼 길고양이 1마리가 고병원성 AI에 추가로 감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