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조선'을 'High 조선'으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고조부(高祖父)라고 하지 고조부‘(古祖父)’라고 하지 않는다. 누가 만일 자신의 고조부를 고조부‘(古祖父)’로 쓴다면 천하의 배우지 못한 패륜아 취급당할 것이다.
'삼국유사'를 쓴 고려 시대의 일연(一然)이 단군신화에 나오는 조선(朝鮮)을 위만조선(衛滿朝鮮)과 구분하려는 의도에서 ‘고조선’이란 명칭을 처음 사용하였다. 그 뒤에는 이성계가 세운 조선(朝鮮, 1392-1910)과 구별하기 위해서 이 용어가 널리 쓰였다.
만일 지금이 조선 시대이거나,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 아니고 ‘조선’이라면, 그것도 아니라면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칭 ‘조선’을 국호로 쓰고 있는 김씨 세습왕조 북한이라면,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고(古)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조선’이 아니고 ‘대한민국’이지 않은가! 현대 대한민국 국민이 조선시대 고인(古人)처럼 여전히 ‘고(古)조선’이라고 부를 이유와 근거가 있는가. 최초는 영원한 최고(最高)다. 더 이상 낡고 오래될 ‘고(古)'(1)*자를 붙여 한민족 최초의 국가를 모독하지 말라. ‘고조선(古朝鮮)’을 ‘고조선(高朝鮮)’으로 고쳐 부르자.
▲‘대통령’을 ‘통령’으로 개칭하자
요즘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만큼 눈과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어디 있을까? 물론 극도로 황음무도한 현직 대통령 때문에 생긴 것이겠지만 필자의 머리 속에는 ‘대통령’직명 뒤에 무수한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음표 행렬 끝간데서, 필자는 ‘대통령(大統領)', 참으로 문제가 많은 직명이로구나 새삼스레 깨닫는다.
요즘 각계각층에서는 이러한 총체적 국정유린 사태를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 탓으로 돌리며 헌법을 개헌하자고 하고들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조항은 찾기 힘들다.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제왕적 대통령제는 바로 ‘대통령’이라는 제왕적 직명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군주국의 국가원수를 왕으로 부른다. 대왕은 세종대왕, 광개토대왕, 알렉산더대왕처럼 위대한 업적을 세운 왕에게만 붙이는 존칭이다.
공화국의 국가원수는 통령(2)*이다. ‘대통령’도 위대한 업적을 세운 통령에게만 붙이는 존칭이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원래 권위주의 일본제국시대에 조어한 한자어로 외국(공화국)의 국가원수를 경칭하여 부르는 의미다.
'통령(統領)'의 사전적 의미는 ‘일체를 통할하여 거느리는 사람’ 이다. 영문으로는 독재자라는 의미의 ‘dictator’로 통한다. 즉 ‘통령’이라는 직명만으로도 이미 민주공화국의 민주주의 주권재민 헌법정신에 걸맞지 않다.
그런 '통령'에다가 다시 옥상옥격으로 큰 ‘대’ 자를 붙여 '대통령'이라니, Great Dictator, 즉 ‘대독재자’라는 끔짝한 직책명이 된다.
또한 세계에서 공화국의 국가원수를 대통령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로 부르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더구나 군주국 일본은 외국(공화국)의 국가원수를 칭할 경우에만 사용한다. 결국 이른바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가 자국의 국가원수를 ‘대통령’ 즉 '대독재자'라는 어마어마한 권위주의적 직명으로 부르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요컨대, ‘대통령’을 ‘통령’으로 개칭(개헌)하자. 후세 역사에서 위대한 통령으로 평가받을 경우에 한해서만 ‘대통령’이라고 부르자.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주석]
(1)*古、故也——东汉·许慎《说文》 고(古)는 고(故)이다. 죽은 사람 고인(故人)의 ‘故’자도 원래 ‘古’에서 나왔다
古의 뜻은 엣, 낡고 오래된, 지나가 버린 이라는 뜻으로 중립적 내지 부정적 어감의 관형어로 쓰인다. 고인의 故字属于古字族。在古字族里,古字都是声符兼义符。古字族汉字都与“过去的”、“旧时的”之义有关。故的本义是“按照古义古俗行事”。http://www.baike.com/wiki/%E5%8F%A4&prd=so_1_doc참조
(2)*‘통령(統領)’은 공화국 최고통치자의 일본식 한자어, 즉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수립된 프랑스의 제1공화국(1799년~ 1804년) 최고통치자의 직명을 근대일본이 통령으로 번역한 것에서 비롯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