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처음 뵙습니다. 전임 장관님 잘 계십니까. 전전임, 전전전임 장관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한·중 상무장관회담에서 중국 상무부장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장관에게 물었던 안부인사다. 상대편의 입에서 줄줄이 나오는 전임 선배장관들의 이름앞에 한국 장관은 회담 시작부터 약간 김이 샌다. 상대편이 근 10년간 상무부장을 맡아 왔는데 한국 장관은 임명된지 1개월도 채 안됐다. 회담을 마치면 다시 만나자는 뜻으로 "자이지엔(再見)"하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한국의 장관으로서 "자이지엔"하기란 정말 힘들다.
1987년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 실시이후 우리나라 역대 장관들은 '자이지엔 불능 공동운명체'였다. 반면에 중국의 각 부 부장(장관)들의 임기는 범법을 저지르거나 중대한 실책을 범하지 않는 이상 최소 5년이다.
"덩샤오핑이 없으면 오늘의 중국도 없다(沒有鄧小平, 就沒有今天的中國)."
서방학계에서 '입법가(Law Maker)' 또는 '마스터 디자이너(Master Designer)'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1982년 12월 헌법을 전면 개정했다. 현행 중국헌법은 그때 전면 개정된 헌법으로 ‘1982년 헌법’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최고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은 총리와 부총리 4명, 국무위원(부(副)총리급) 5명과 각부 부장과 위원회 (한국의 장관, 총 25명), 비서장(사무총장)등으로 구성된다(중국헌법 제86조 참조).
총리 이하 국무원 각부 부장의 구성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임기와 같은 5년이며 연임 제한은 없다. 그러나 부부총리급인 국무위원, 부총리, 총리는 2기를 초과해 연임할 수 없도록 돼있다. 즉, 중국의 총리와 부총리, 국무위원의 임기는 헌법상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이고, 각부 부장과 위원회의 장관은 최소 5년 이상으로 임기제한이 없다.(중국헌법 제87조 참조).
실제로 국무원 총리이하 각부 부장(장관)들은 뇌물수수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큰 실책을 범하지 않는 한 짧게는 5년간 길게는 10년간 재임하고 있다.
필자는 국가원수, 총리 뿐만 아니라 부총리, 내각의 각료들의 임기(5년)를 헌법으로 규정한 세계 각국의 헌법례를 찾지 못했다. 각료들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무이한 국가로 추정된다. 그만큼 중국의 총리 이하 각부장관들은 최고 권력자의 심기와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자신의 정책을 제도화하며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부총리(국무위원)이상 국가주석의 최장 임기는 10년(1회 한 연임)이며 각부 부장(장관)임기는 5년이나 연임제한이 없다. 덩샤오핑은 이처럼 좋은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창조’했다. 이런 게 바로 G2(주요2개국) 중국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