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아이 안 낳을래요"...중국의 '미래' 줄어든다

2017-01-03 08:18
  • 글자크기 설정

중국 출산율 급감, 고령화 사회 진입해 노동가능인구 감소

출산율을 높여야, '두 자녀 허용' 넘어서는 종합적인 대책 필요해

[아주경제=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2016년이 가고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이렇게 우리는 한 살을 더 먹고 늙었다. 그래도 시작은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의미에서 언제나 설레인다. 길게 보면 우리네 삶도, 인류의 길도 그렇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우리의 미래를 열고 그래서 설레인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미래가 계속 줄고 있다. 상대적으로 노년인구는 늘어 우리 미래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인해전술’로 유명한 인구대국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인구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급격한 출산정책·사회 분위기·가치관의 변화에 중국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 늙어가는 중국, 줄어드는 노동력

“중국 사람이 동시에 뛰면 지구가 흔들린다”는 말이 있다. 영화만 봐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이처럼 중국은 너무 많은 인구가 문제였다. 중국 경제·사회가 포용할 수 없을 정도의 가파른 상승 그래프를 막기 위해 중국은 오랜기간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상황이다. 출산율이 줄고 중국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구가 이번 세기 말이면 10억명 심지어는 6억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중국의 출산율은 5~6명에 달했지만 10년 여 만에 2~3명으로 급감, 현재는 1.5명에도 못 미친다. 지난 10월 공개된 ‘중국 통계연감 2016’에 따르면 가임연령 여성 출산율은 1.047명에 그쳤다. 이는 세계 인구대체율 2.1명의 절반 수준이다. 해당 통계가 인구 1%를 대상으로 진행한 표본조사 결과로 오차 범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출산율이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출산율은 줄고,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노년인구는 늘면서 노동가능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

1953년 36.28%에 달했던 0~14세 유아, 청소년 비중은 2010년 16.6%로 급감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인구 비중은 4.41%에서 10% 대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노동가능인구도 정점을 찍고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인민대학교 인구개발연구센터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6~59세 노동가능인구는 지난해 기준 9억1100만명(총 인구의 66.3%)이다. 이후 감소세가 이어져 2030년이면 8억2400만명(56.9%)까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가능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중국 경제·사회 전반에 타격을 주고 중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줘쉐진(左学金) 상하이 사회과학원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에서의 강연에서 “노동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중국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저축률 감소, 인건비 증가, 정부·가계 부채 증가, 기업(특히 민영기업) 투자율 감소, 수출 감소 등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막대한 투자·인프라 사업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뤄온 중국은 최근 신창타이(중속 질적성장) 단계에 진입,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성장률에서의 노동 기여도는 이미 마이너스다. 지난해 노동의 성장률 기여도는 -0.30%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205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출산율 제고, 노년층 일자리 창출,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한 양로기금(중국판 국민연금) 확대, 의료보장 강화, 노동효율성 제고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종의 보조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 저출산이 문제다, “안 낳을래요”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앞서 제시한 ‘중국통계연감 2016’에서 공개된 출산율 1.047명을 두고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두 명이 한 명을 낳고 심지어 그 밑으로 출산율이 떨어진다면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중국 당국도 움직였다. 지난해 강력했던 산아제한의 고삐를 풀고 두 자녀 출산을 전면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감소했다.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면 최근 중국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중국이 강력한 산아제한에 나설 무렵에는 농촌지역 곳곳에 “부자가 되고 싶으면 아이는 적게 낳고 돼지를 많이 길러라”와 같은 표어가 걸렸다. 하지만 이제 “자유롭게 두 명을 낳아도 됩니다”고 외쳐도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됐다. 중국 인구정책의 급격한 변화, 초고속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사회분위기, 가치관의 변화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것도 이유다. 

1949년에서 1957년 중국의 출산율은 5.70명에서 6.47명으로 증가했다. 22년간 중국 인구는 무려 3억2979만명이 불어났고 결국 중국은 과도한 인구 팽창을 막기 위해 1980년대에 ‘한 가구 한 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10여년 만에 중국 출산율은 인구대체율과 비슷한 2.1명까지 급감했고 1992년 이후에는 대체율 밑으로 떨어졌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간 인구 증가분은 1억3000만명에 그쳤다. 이 기간 중국 경제는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렸고 중산층이 급증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달라졌다.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왕광저우(王廣州)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 인구학자는 “첫째 아이의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환경변화에 따라 만혼이 늘어난 때문으로 최근에는 아예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신혼부부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선전특구보는 출산과 육아를 바라보는 사회학적 관점과 경제학적 관점을 소개하며 중국의 변화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회학에서는 수입이 늘어나면 가정의 규모가 커진다고 본다. 의료수준이 높아져 아동 사망률이 낮아지고 소득의 증가가 조혼을 부추기고 욕구 절제력을 약화시켜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온다. 비용-수익 분석을 기반으로 볼 때 부유한 가정에서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설명이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자녀의 ‘숫자’보다는 ‘질’을 중요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게 낳는 대신 최대한 자녀 육아와 교육 등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중국의 상황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중국 출산율 급감의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와 비교해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이와 함께 결혼, 생활비, 육아·교육비 부담이 커졌다. 불어난 비용을 감당하려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지 않다.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현재 월급으로는 빚 없이 사기가 어렵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일정 소득을 확보하지 못한 청년층도 늘고 있다. 빚을 짊어지고 결혼을 하면 이를 갚으며 둘이 사는 것만도 빠듯하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는 “출산과 이후 생활 비용이 출산을 포기했을 때 비용보다 적다면 누가 출산을 마다하겠는가”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돤타오(段濤) 퉁지(同濟)대학부속 제일산부인과 원장이자 상하이시 출산진단센터 주임은 최근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은 아직 둘째를 출산한 준비가 안됐다”고 일침했다.

돤 주임은 “주변의 젊은 의사들에게 왜 둘째를 안 낳느냐고 물으면 둘째를 낳고 기를 시간도, 낳아도 봐줄 사람도 없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육아시설 확충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중국은 3~5세 유치원에 비해 0~3세의 육아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출산 직후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휴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은 128일에서 최대 7개월, 톈진은 128일, 상하이는 128일, 산둥성은 158일의 휴가를 제공한다. 배우자의 출산 혹은 간병 휴가는 베이징이 15일, 톈진은 7일, 상하이와 산둥성은 각각 10일, 7일이다.

늘어나는 고령의 산모를 위한 의료서비스도 턱없이 부족하다. 돤 주임은 “진단센터를 찾아오는 산모 중 둘째 아이를 임신한 사람 중에는 고령의 공직자가 많다. 40~50세 엄마의 둘째 출산에 대한 열망은 강렬해 인공수정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노산의 위험을 감당할 의료서비스와 시설은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출산을 ‘허용’하는 수준이 아닌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경(産經)신문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 청년이 창출하는 ‘부(富)’의 대부분이 노년층 부양에 소비되고 중국 경제 전체가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두고도 중국 당국은 아이를 낳고 살아갈 환경, 조건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