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연 SK이노베이션… 투자금 3兆 어디에 쓸까?

2017-01-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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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공격적인 투자 발표로 정유년 새해를 연 SK이노베이션이 약속한 최대 3조원의 실탄을 어떻게 사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해 화학사업과 석유개발사업 분야를 영위하는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및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준 총괄사장은 지난해 말 경영진 회의를 통해 올해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구체적 투자방안은 전기차 배터리 설비 추가 증설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추가로 배터리 5~6호기 2개 라인을 증설한다.

배터리 2개 라인 추가 증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4호기 증설에 2000억원이 투입된 만큼 산술적으로 두 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남은 2조6000억원의 비용으로는 해외 에너지 및 화학 업체들을 대상으로 M&A 또는 지분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으로는 중국 화학 및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미국 셰일광구를 보유중인 에너지 업체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아닌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투자의 방향타를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인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진입을 원천 차단중인 만큼, 중국 배터리 업체 인수는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새계 최대 시장인 만큼 시장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는 멈추지 않고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을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화학산업에서는 SK종합화학이 ‘글로벌 파트너링’ 등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본부를 중국에 신설한 만큼 중국과 중동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여온 국가 및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성공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석유개발 사업은 미국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유와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진행된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본사를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하고 사업대표 등 주요 인력을 전진 배치한 점에서 미국 에너지 시장을 바라보는 SK이노베이션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업계는 미국 내 에너지업체 투자는 인수보다 글로벌파트너링(Global Partnering)을 통한 공동투자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정철길 전 대표는 미국 셰일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셰일업체들의 몸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지난해 말까지 뚜렷한 M&A 소식을 전하지 못한 바 있다. 거기에 최근 유가 상승으로 업체들의 몸값이 더욱 뛴 점은 인수보다는 공동투자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규모 투자 이외에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시장 공략과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필요한 신규 인력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채용 규모는 향후 5년간 대졸 공채와 기술직 신입사원 등을 합쳐 모두 1200여명이다. 올해 대졸 공채 신입사원은 100명 이상을,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해 경력사원 및 기술직 신입사원도 120명 이상을 뽑기로 했다. 이번 채용 규모는 자동화 설비 기반의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화학 기업들의 채용 규모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투자 방향은 ‘글로벌 성장’과 ‘신사업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사업구조 혁신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김준 총괄사장의 의지가 실린 것”이라며 “투자는 수익성과 전략 적합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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