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삼성 합병 찬성'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아울러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특검에 소환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수사도 본격화됐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를 선택함으로써 박 대통령, 최씨, 삼성을 둘러싼 제삼자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도와줬고 삼성은 그 대가로 최씨가 세운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게 핵심 골자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며 앞서 이뤄진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특검은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수사의 목적지가 박 대통령임을 시사했다.
앞서 검찰은 기업의 출연 행위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특검팀이 이날 문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등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삼성과 최씨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도 머지않아 특검의 출석 요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삼성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할 지 검토 중이다.
◇모철민 귀국...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키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모철민 주프랑스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공개 소환했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됐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7일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8일에는 김 전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2013년 3월∼2016년 4월)을 불러 조사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무수석비서관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당시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이 문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런 정황들로 볼 때 모 전 수석이 이 의혹의 '키맨'으로 보고 있다. 모 전 수석이 김 전 실장과 문체부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 "모 전 수석이 핵심 참고인인 것은 사실"이라며 "모 전 수석을 상대로 이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문화예술단체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김 전 실장이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를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최종본에는 9000명이 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 이름이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담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