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 측이 모든 탄핵 사유를 부인하고 나오면서 헌재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치열하고 지루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막 수사 착수를 앞둔 특검으로선 박 대통령의 논리를 허물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이나 진술 확보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지난 16일 오후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국회가 제시한 헌법 위반 5건, 법률 위반 8건 등 13건의 탄핵 사유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단은 답변서 제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탄핵소추 사유의 사실관계와 법률관계 모두를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특히 "법률 위배 관련 부분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씨 등) 공소장에 일부 빠진 내용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 재판과정에서 다투겠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이나 청와대 문서 유출 혐의 등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피의자 입건한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두 재단 모금에 대해 “대한민국의 문화 융성을 위한 선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며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알고 있고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담화와 사과 등에서 밝힌 것처럼 ‘선의’를 강조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은 사심 없는 일종의 ‘통치행위’라는 취지로 정리했다. 재단 모금액 774억원 중 박 대통령에게 흘러간 돈이 전혀 없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최순실․ 차은택 등이 추천하는 사람을 청와대 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차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범위 안에 들어 있고, 인사 추천은 여러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이나 법률의 위배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행위와 희생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2014년 최씨와 친한 학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측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재벌이 기술이 좋지만 어려운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라는 취지에서 한 얘기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24페이지에 달하는 답변서에서 탄핵사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담았을 뿐, 세세한 쟁점은 추후 공개하겠다고만 했다.
심리 대상이나 수사 대상이 될 내용의 사전 노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리인단은 곧 시작될 헌재의 심판 절차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