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 지인에게 '최순실 게이트' 증거 인멸을 지시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독일에서 귀국하기 전에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지침을 내린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면서 청문회장에서 녹음 파일을 틀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나랑 어떻게 알았냐 그러면 가방 관계 납품했다 하지 말고 옛날 지인 통해 알았다(고 하라)"며 "가방은 발레밀론가 그걸 통해 왔고. 그냥 체육에 관심이 있어 그 지인 알아서 연결해줘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 "고원기획은 얘기하지 말고 다른 걸 좀 해가지고 하려다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못 받았다고 나가야 할 것 같다"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추려는 한 내용이 담겨 있다.
통화 상대자는 고영태 더블루K이사로 추측되나 박 의원은 통화 상대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또 다른 녹취록도 공개했다. 두 번째 파일은 최씨가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 내용을 '훔쳐서 보도했다는 걸로 몰아가라'고 지시하고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상헌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몰아붙이라고 하달하는 내용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데 대해 최씨는 "큰일 났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다 죽는다"며 "걔네(이성한 사무총장 등)들이 완전 조작이고, 얘네들이 이걸 훔쳐서 했다는 걸로 몰아야 한다.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돈도 요구했다는 걸로 분리 안 시키면 다 죽는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녹취 내용을 공개한 뒤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재 성형의원 원장과 이임순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에게 최씨로부터 이 같은 지침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물었으나 두 사람 모두 전면 부인했다.
최씨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 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7일 고영태씨의 증언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출석한 고씨도 최씨가 자신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증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