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을 인선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권의 환경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온 인물인 만큼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의 이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NPR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루이트 장관은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오바마케어), 이민개혁, 트랜스젠더 공중화장실 이용 차별 금지 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비판해온 반(反)오바마파다. 보수 경향의 칼럼니스트인 조지 F. 윌이 프루이트 장관의 정부 비판 수위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를 가장 괴롭히는 박해자 중 하나"라고 언급할 정도다.
프루이트 장관의 환경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환경 정책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도한 환경 규제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면서 상당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집권 가이드라인이 되는 '취임 100일 구상'에도 △ 셰일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자원 생산에 대한 규제 철회 △ 키스톤 송유관 사업 등 에너지 개발 사업 허용 △ 유엔 기후변화 계획에 대한 출연 취소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지구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협정의 이행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주도의 파리협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8년 임기 동안 총력을 기울인 핵심 과제였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195개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2020년 이후의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의문을 마련한 뒤 각국의 국내 비준 절차를 통해 지난달 4일 공식 발효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음모론'을 거론하면서 파리협정을 비판해왔으나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협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초 강조했던 '당장 폐지' 입장을 바꿔 재고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프루이트 장관이 EPA 청장으로 확정된다면 기존 폐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성명을 통해 "프루이트는 그동안 화석 연료 사업과 관련된 EPA 규정을 공격해왔다. 프루이트를 기용할 경우 '화재 진압 현장에 방화범을 내보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적합한' 인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