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양국 간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밤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마련된 회의 석상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악화된 필리핀과 미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이야기를 듣고 성인(聖人)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전화회담에서 강경한 마약 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두테루테 대통령에게 "지금 정책은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나도 불법 이민자 대책과 관련해 멕시코 국경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비판을 받았다"며 "필리핀 마약 대책을 지지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미국이 필리핀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불편한 관계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달리 차기 미국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의 마약 전쟁과 인권 문제를 비판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모멸적인 욕설을 퍼붓는 등 미국을 비판해왔다. 지난 9월 라오스에서 열린 미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예정돼 있던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