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필드 떠난 '박 남매'가 그립다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박찬호는 지금 보면 참 대단한 영웅이었어. 요즘 선수들은 야구만 잘하면 뭐하나. 인성이 그 모양인데. 쯧쯧.” 광화문 골목길 포장마차 구석에서 개탄스럽게 소주잔을 기울이던 40대 회사원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고작 한숨이 안주거리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골프 여제’ 박세리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긴 영웅들이었다. 그땐 그랬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사이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 충격에 빠졌다. 6주간 지속되고 있는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30만 명을 넘어 청와대 문턱에서 민심을 밝혔다. 그런데도 ‘불통’의 청와대는 활활 타오르는 촛불에 바람을 휘휘 불고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맴도는 가운데 우리는 오직 희망을 던져줄 영웅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권력과 정치 놀음에 유린당한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할 스포츠 스타들마저 도덕불감증에 휘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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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당한 부상을 극복하며 홈런을 쏘아 올리던 강정호는 데이트 앱으로 만난 여성과 ‘성폭행 파문’에 휩싸인 데 이어 음주운전 뺑소니로 병살타를 쳤다. 그것도 부족해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드러나면서 삼진아웃까지 당했다. 죄를 뉘우치긴 커녕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까지 받아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당시 강정호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모르쇠를 주장하는 히어로즈 구단도 은폐 의혹을 지울 수 없다. 6~7년간 상습 음주운전자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를 선양했다고 박수를 받았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구단 닐 헌팅턴 단장이 나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만들까"라고 말했다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수도권 구단의 프로야구 투수는 음주 후 여성 대리기사 성추행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해외파 출신의 유명 프로축구선수는 SNS로 만난 여성을 두 차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유명 프로야구선수는 벌건 대낮에 자신의 차에서 여대생을 보며 음란행위를 하기까지 했다. 프로선수들의 음주운전 적발 사례는 셀 수 없다. 

지난해에도 해외 무대에서 희망을 던졌던 임창용과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 윤성환은 해외원정도박으로 수입억대 놀음판을 벌였고, 올해에도 프로야구 현역선수들의 승부조작은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주간 641만 명이 손에 쥔 촛불 민심은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이 어디더라도. 필드를 떠난 박세리, 박찬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