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제빵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SPC그룹이 외식분야의 외형 확장에 나섰다. 이를 통해 허영인 회장이 차남 허희수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외적으로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의 제품개발 및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마케팅전략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부문으로 살펴보면, 허진수 부사장이 미국 제빵전문학교인 AIB 정규과정을 이수할 정도로 제빵에 관심이 많은 반면, 동생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 7월 한국에 쉐이크쉑 브랜드 도입을 위해 공을 들이는 등 외식 부문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허진수 부사장이 집중하고 있는 제빵 사업은 국내 제과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황이다.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현재는 해외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반면, 허희수 부사장이 한국에 들여온 쉐이크쉑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가 하면 다음달 서울 청담동에 2호점을, 내년께 서울 강북 지역에 3호점을 오픈한다. 여기에 SPC그룹이 라그릴리아, 그릭슈바인 등 '파인다이닝' 콘셉트의 매장을 잇따라 출점하면서 외식 부문에 힘을 쏟고 있다.
SPC그룹의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지분은 허진수 부사장이 20.2%, 허희수 부사장이 12.7%를 보유하고 있지만 파리크라상은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 변동이 언제나 가능하다. 상장사인 삼립식품의 지분율은 허진수 부사장이 11.47%, 허희수 부사장이 11.44%로 비슷하다.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는 장남 허영선 씨에게 핵심 계열사인 삼립식품을, 차남 허영인 회장에게 삼립식품의 10분의 1 규모인 샤니를 물려줬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바뀌어 허영선 씨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허영인 회장은 파리크라상으로 성장하면서 삼립식품을 되찾았다.
이에 대해 SPC그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은 아직 경영 전반에 적극 관여하고 있고 허진수·희수 부사장은 책임경영을 배우는 단계일 뿐"이라며 "본격적인 승계나 경쟁 구도 등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