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한성백제 시기의 초대형 적석총이 발굴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이 지난해 10월부터 발굴조사중인 석촌동 고분군에서 광범위하게 연결된 다수의 적석(積石)구조와 함께 토광목관묘, 상장의례 시설이 갖춰진 적석총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월 고분군내 1호분과 2호분 사이에 발생한 구덩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긴급 시굴조사에서 기단 석렬과 유물이 확인됨에 따라 실시됐다.
적석총은 사각의 적석 단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가장 큰 북쪽의 적석 단위에서 시작해 동·서·남쪽으로 확장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적석 연접' 구조는 석촌동 1호분에서도 확인된 바 있지만, 10개 이상의 단위가 연접된 구조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접분은 마한의 흙무지무덤이나 고구려의 적석총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그 관련성에 주목해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적석총의 규모는 40㎡를 넘는 크기로, 기존의 석촌동 고분군내에 복원돼 있는 3호분이나 만주의 고구려 장군총과 견줄만한 초대형급으로 추정된다.
적석총은 지표면을 깎아내고 점토를 켜켜이 다져쌓은 기초 위에 축조됐으며, 외곽에 할석(깬돌)으로 기단을 쌓고 중심부를 흙으로 다져 올린 후 그 사이에 돌을 채운 것과 모두 돌로만 쌓은 것 등 두 가지의 적석 단위가 확인됐다. 각 단위 사이에는 점토나 할석을 채워 연접부를 탄탄하게 했고, 기단 바깥에는 넓은 돌을 세워 받친 후 다시 할석과 점토를 쌓아 육중한 무게를 견디도록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적석총 동남쪽 외곽에서는 토기 항아리, 철제 낫, 기와류, 금제 귀걸이, 달개장식(금관 등에 매다는 얇은 쇠붙이 장식), 유리구슬, 동물뼈 등 유물 3000여점이 출토됐다. 유물이 집중적으로 나온 유구는 적석총 기단에 맞붙여 사각으로 돌을 둘러쌓고 내부에 다진 흙을 다시 파내어 목곽을 설치한 시설로, 전문가들은 이곳이 상장례와 관련한 제의 공간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임승경 연구관은 "이번 발굴조사는 석촌동 고분군이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 도성 유적과 짝을 이루는 백제 한성기의 왕릉지구로서 그 위상과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적석총의 구조와 성격, 연대 문제 등 그동안 학계의 논란이 돼왔던 백제 중앙 고분문화의 계통· 성립·발전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문화재청은 향후 석촌동고분군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조사·연구를 통해 서울의 백제 왕도 유적을 조명하고 한성백제의 역사·문화 복원을 위한 기초학술자료를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발굴성과 현장설명회는 30일 오후 2시 석촌동 고분군내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