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 뒤이은 탄핵 정국 역시 국가 경제에 초대형 악재다. 벌써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한 외국 자본이 속속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대외 신인도도 추락하고 있다.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던 재계도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전쟁 예고에 이어 추가 돌발 변수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4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내각 총사퇴가 현실화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업들도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경영 여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은 이날 새벽부터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날 계엄령 선포 후 경영진 중심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며 "요동치는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새벽부터 일부 해외 파트너 기업에서 계약 관련 문의를 해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주요 간부 대부분이) 일정을 취소하고 조용히 대응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출 타격 가능성이 최대 변수다. 계엄 선포 직후 1446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종가 기준 1410원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호재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 요인이다.
반도체지원법 제정,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등 재계가 주목해 온 각종 법안들에 대한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조금 미지급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부 협상력에 기대를 걸었다가 크게 낙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박근혜 정부 때도 정치·경제적 불안을 겪다가 뒷수습을 잘해 대외 신인도를 다시 끌어올린 경험에 기대를 건다. 다만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이 3~5%대였던 데 반해 내년 성장률은 1%대 추락이 예고된 터라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정책에 일관성·신뢰성이 담보돼야 외국인 자본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며 "정치적 리스크는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투자 등 경제 성장동력 측면에 불확실성도 높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