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이미 물 건너갔다

2016-11-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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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검정 혼용 방안도 결국 국정화 철회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브리핑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검정 혼용 방안 역시 국정화 철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수렴을 내달 23일까지 받는 가운데 이를 반영해 내년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으로 아직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도 28일 회견에서 국검정혼용 방안, 시범학교 우선 적용 방안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의견수렴 이후 현장 적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교육부가 청와대를 의식해서인지 아직은 기존 방침대로 내년 3월 국정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에서 바뀐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년 국정 교과서 적용 고수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선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검토본이 수정을 거쳐 내년 3월에 학교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장검토본 공개 결과 집필진에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과 원로교수나 준공공기관 연구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새마을 운동 등 박정희 정권의 성과를 강조하는 편향성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의 특검조사가 진행되고 하야와 탄핵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친 정권의 성과를 강조한 교과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다.

내용을 떠나서라도 교과서의 국정 개발 방식 자체에 문제가 크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검조사와 탄핵절차가 시작되면 국정화 추진은 더 멀어지게 되고 일단은 연기하더라도 권한을 위임받은 총리나 차기 정부에서 국정화 정책이 살아남기는 힘들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상 학교와 관할 교육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현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어 시범학교 우선 적용 방식은 채택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범학교 적용 수순에 나서더라도 이는 국정화 철회로 가기 위해 연기하는 방안일 뿐이다.

국검정혼용 방식도 내년 적용을 위해서는 기존 검정 교과서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게 수정해야 해 시간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일러야 2018년에나 적용이 가능하다.

결국에는 예정대로 3월 현장 적용을 강행하거나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연기하는 방안 중 결정해야 하지만 강행이 어려워 연기 수순을 밟으면서 사실상 국정화 철회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검정 혼용안은 국정 철회나 마찬가지 정책이다.

국정화는 정부에서 개발한 단일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미 검정 교과서와 경쟁한다는 것은 국정 철회와 같다.

정부가 개발한 국정 교과서도 검정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일 뿐으로 이미 국정 교과서가 아니라 검정 교과서나 마찬가지의 위상이 되는 것이다.

국검정 혼용시에 반발이 큰 가운데 비정상적인 밀실 과정을 통해 개발했던 국정 교과서를 과연 몇 학교나 채택할 지의 문제도 남는다.

결국 학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무리하게 추진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소모적인 정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교과서를 누가 쓰든 보는 사람에 따라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고 기존 검정 교과서도 조금씩 다 다르다”며 “국정화는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획일성을 추구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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