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문지훈 기자 =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4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출 연체율 상승과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를 감안하면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은 당기순이익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000억원) 대비 1조9000억원 늘었다. 3조3000억원 순익을 기록한 2012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국책은행이 손실을 보면서 각각 2조2000억원, 1조1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번 순익 증가에는 수익 증가보다 비용 감소의 영향이 컸다.
이자이익이 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2.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예대마진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54%로 1년 전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비이자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000억원(91.6%)이 늘었지만, 수수료이익은 1000억원 줄었다. 환율하락에 따른 외환파생이익은 8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비용 감소폭은 컸다. 대손충당금전입액 등 대손비용은 2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조5000억원(89.2%) 감소했고,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도 이 기간 2000억원이 줄었다.
순익이 증가하면서 각종 수익성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총자산이익률(ROA)은 0.57%로 지난해 3분기(0.24%)의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고, 경영효율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새 3.14%에서 7.71%로 급등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취약업종 중심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3분기 말 현재 1.71%로 전 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으나, 건설(3.93%), 조선(14.33%), 해운(9.85%) 등 일부 취약업종은 높은 수준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원화대출 연체율 오름세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달 0.81%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01%포인트로 예년 10월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흐름상으로는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1.23%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1%포인트 떨어진 0.31%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각종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한 분기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리스크 관리 중요도를 높게 보고 자금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