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이번엔 '암처일등'…공직자 책임 강조

2016-11-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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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공직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의 시국을 반영해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임 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암처일등(暗處一燈)의 자세로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 국민들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암처일등은 길이 어두울수록 빛 한 줄기의 고마움이 더 크다는 뜻이다. 최순실 일가와 측근 인사들이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 인사 결정 등 전 부문에 불법적으로 관여하고 공직자들이 이를 비호한 의혹이 불거지는 등 현재의 시국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임 위원장이 현재의 상황을 사자성어에 빗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간부 전원을 불러 개최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여리박빙(如履薄氷)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리박빙은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 당시 금융시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접전을 보이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으로 국내 불안이 더해지며 변동성이 컸다.

이미 실물 경제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또 다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시장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임 내정자의 여리박빙이란 말로 표출된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대통령발 리스크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정은 멈춰있고 대내외 불안요인은 점점 커지는 현재의 시점에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시국에서도 흔들림 없이 금융개혁을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임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필요 시 단호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이런 때일수록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것이 금융당국이 최우선을 두고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신 행정부의 공약이 구체화 되면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가능성 등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당국은 앞서 구성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금융상황대응팀'을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밀착 점검하고,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과의 협조를 통해 시장 변동에 대응할 방침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고삐도 늦추지 않을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는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발표한 8.25 가계부채 대책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이었던 집단대출과 상호금융에 대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로써 선진형 여신 관행 정착이라는 그 동안의 정책 방향이 가계부채의 모든 부분에 적용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상승에 따라 취약계층의 상환부담 확대 우려가 있는 만큼 연체 차주 보호를 강화하고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보완 방안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개혁의 중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임 위원장은 "미국의 신행정부를 중심으로 도드-프랭크법 폐지 등 금융규제의 완화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개혁이 지체되면 우리 금융업의 국제 경쟁력 확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금융개혁에 더욱 매진할 시점"이라고 독려했다.

이를 위해 금융개혁법률 입법에 박차를 가해 금융개혁 과제들이 조속히 제도화·입법화될 수 있도록 하고, 성과 중심의 문화 확산 추진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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