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M&A(인수합병)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M&A를 통한 기술 혁신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M&A의 형태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외연확장에 힘쓰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기존 핵심사업의 기술강화에 역점을 두는 곳도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미국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자동차 전장 부문 선두기업인 미국의 하먼사를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하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최근 2년간 각 분야의 선두업체를 10곳 넘게 사들이며 강한 먹성을 과시했다.
M&A를 통해 성장을 꾀하는 것은 다른 글로벌 IT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삼성전자처럼 다양한 분야의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검색서비스 기반으로 성장한 구글은 최근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드론, 무인자동차, 음악과 동영상 스트리밍,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알파고’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영국 AI 스타트업 ‘딥마인드(2014년 1월 인수)’, 인터넷통신업체 ‘웹패스(올해 6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업체 ‘안바토(올해 7월)’, 클라우드 기반 과금 플랫폼 서비스업체 ‘오비테라(올해 8월)’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애플이나 MS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들의 인수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자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기능 강화와 서비스 플랫폼의 확장을 위한 기업들을 주로 인수했다.
애플은 음성인식 서비스 플랫폼 '시리'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보컬 IQ’를, 올해 1월에는 얼굴 표정 인식기술을 보유한 ‘이모션트’를, 8월에는 AI 관련 스타트업 ‘투리’를, 9월에는 빅데이터 수집 및 머신러닝 기반 분석 스타트업 ‘투플점프’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컴퓨터업계의 절대 강자 MS도 애플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S가 지난해 12월 자사에 편입한 이메일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업체 ‘어컴플리’, 올해 2월 사들인 AI 키보드 앱업체 ‘스위프트키’, 6월 인수한 일정관리 앱업체 ‘분더리스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MS가 역대 최대 금액(약 30조 원)을 들여 인수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 ‘링크드인’도 자사 기업용 제품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MS는 이들 업체들을 사들이며 자사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등의 기술 및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경영 마크로밀엠프레인 연구원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글로벌 IT업체들은 M&A 시장의 ‘큰손’”이라며 “이들의 M&A 목적은 사업 다각화나 주력 산업과의 융합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체별로 M&A가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은 해당 기업이 시장을 보는 인식의 차이에 있다”며 “주력하고 있는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판단되면 확장 전략을 펴는 것이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 기존 사업의 강화에 힘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