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타오른 '100만 촛불' 도심을 뒤덮었다

2016-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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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평화적 분위기로 진행… 일부 시민 경찰과 충돌 연행 및 부상자 발생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뜨겁게 타오른 '100만 촛불'이 서울 도심 한복판을 뒤덮었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의 함성은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집회는 모든 세대가 하나로 뭉쳤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명 이상(경찰 추산 22만명)의 시민들이 몰린 가운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열렸다. 경찰은 이날 272개 중대, 2만5000여 명을 동원했다.

이날 오후 2시 사전집회부터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는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연합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자 청와대를 향한 도심 행진을 비롯해 오후 7시부터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가 진행됐다.

행진은 여러 방면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세종로사거리~내자사거리~청운동사무소 구간과 의주사거리~서대문~금호아트홀~내자사거리 구간이 핵심코스다.

또 정동길~정동사거리~포시즌호텔~적선사거리~내자사거리 구간, 을지로입구~종로1가~안국사거리~내자사거리 구간, 한국은행사거리~을지로입구~을지로2가~종로2가~재동사거리~내자사거리 구간 등이다.

원래 경찰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불허하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까지만 행진을 허가했다.

그러나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경복궁역 삼거리까지는 행진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복궁역부터 청계6가까지 이어지는 율곡로에 행진이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심행진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넘어 숭례문, 종로, 을지로 인근 차도는 발 디딜 틈 없이 시민들로 빼곡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었다. 문화제 무대에선 국정농단 사태는 물론 그간 박 대통령의 여러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쏟아졌다.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본집회가 다시 시작된 이후,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사람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위로 차례로 들었을 땐 도심에 '촛불 파도타기'의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는 "최순실 같은 사람에게 국정을 맡긴 대통령이 무슨 염치로 국정수습을 운운하느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친구들과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모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행동에 대해 규탄하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이곳에 와보니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참여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서울지역 최대 70만명을 훌쩍 넘어, 1987년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모였던 100만 인파 이후 29년 만에 최대다.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3당 의원들도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시위에 벌였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도 집회에 함께 참석했다. 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개인 차원에서 참석했다.

오후 9시가 넘어가자 일부 시민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25분을 조금 넘어 이날 집회의 공식행사는 종료됐다. 경찰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음에도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이번 촛불집회는 서울을 넘어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부산 3만5000명, 제주 5000명, 광주 1만명, 대구 4000명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도 6만여 명이 집결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대대수 시민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앞 내자동로터리에선 청와대 행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상황이 지속됐다. 내자동로터리는 청와대에서 불과 1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자정이 훌쩍 넘은 새벽 1시에도 5000여명의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했다.

청와대 행진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최종 저지선을 지키려는 경찰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몇몇 남성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에 올라가 청와대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가 장기화로 이어지자 해산을 명령했다. 새벽 2시 40분께 "해산명령 불응죄로 현행범 체포를 진행한다"고 마지막 경고 방송을 내보낸 뒤 해산 작전에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집회 참가자 1000여명은 이날 오전 4시가 넘도록 해산하지 않고 서울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북진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해산명령불응·공무집행방해)로 남성 23명이 연행됐다. 또 집회 참가자 16명과 경찰 5명이 탈진 등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이와 별개로 몸의 고통을 호소한 시민과 경찰 등 26명은 현장 응급처치로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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