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그의 선거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선거 전 민주당과 미국의 언론들은 이미 미국은 위대한 나라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마음 속으로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이 이번 선거로 드러났다.
NBC 뉴스가 8일(현시시간) 실시한 출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상당수가 미국이 지금 4년 전보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 대한 낙관주의도 4년전에 비해서는 무려 13% 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향하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중 상당수는 트럼프에게 투표를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연방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40%에 달하는 유권자들은 연방정부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20% 정도는 '분노한다'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특히 백인 기독교 보수층에서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인 브렌트 스테이플스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1950년대의 미국을 그리워한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자들이기도 한 백인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이 다문화와 다인종으로 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할 뿐만 아니라, 동성결혼 인정과 같은 문화적 변화에 있어서도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스테이플스는 지적했다. 그는 또 "이들은 지난 60년간의 미국이 더 안좋은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 구성에서 백인 기독교 보수층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위기감도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이같은 위기감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내걸었고, 무슬림에 대한 배척을 주장하면서 이같은 백인 기독교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특히 클린턴의 방화벽이라고 불리던 6개 주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은 것도 인종 구성과 무관하지 않다. 콜로라도, 버지니아 등을 제외하고 클린턴이 승리한 주는 없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모두 접전을 벌였으나 결국 트럼프가 승리했다. 뉴햄프셔는 거의 동률을 기록했다.
이들 6개 주는 모두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높은 백인 인구 구성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백인 기독교 보수층의 위기감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 개표 결과를 통해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