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가장 충격에 빠진 나라는 멕시코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사실상 범죄자로 간주,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선긋기를 해온 탓이다. 멕시코 내에서는 이번 미국 대선을 두고 '멕시코 미래의 선거'라는 표현까지 나왔었다.
CNBC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선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멕시코 페소는 달러당 19.52에 달해 불안감을 부추겼다. 이는 전날 대비 10% 가까이 폭락한 것으로 지난 9월 27일 이후 최저치다. 앞서 노무라증권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페소화 가치가 달러당 21~29페소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나프타 철폐로 인해 자동차 관세 부담이 높아져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또 폐쇄적 이민 정책에 따라 미국에 거주하는 1100만 여명의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대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일주일 뒤인 11월 17일에는 멕시코중앙은행이 차기 금융정책 결정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을 경계해 온 유럽에서도 충격에 빠졌다. 일단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모든 형태의 국제 협상이 재협상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타격을 받게 될 협상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 근간을 이루는 나토의 입지가 불확실해지면 장기적으로는 서방의 집단 방위 체계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토 자체가 군사력·자금력 상당수를 미국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하던 각종 정책도 타격을 받게 됐다. 오랫동안 추진해온 통상 정책에 피해가 생기는 것은 물론, 대(對)러시아 정책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EU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체제의 친(親)러 노선은 EU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균열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그간 트럼프가 국제사회와 미국의 협의 내용을 반전시키는 주장을 해온 만큼 기타 변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도 당장 폐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제적 충돌이 예상된다. 반(反)이민정책 성향의 트럼프에 영향을 받아 테러 노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10명 중 8명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독·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 가장 최악의 관계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 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트럼프에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을 '참사'로 규정한 적이 있어 장기적으로 독일 내 우파 정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