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검찰청에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 "사기 당한 놈이 미친놈 아니냐?", "나는 또라이다. 나를 막으려면 검찰총장을 동원하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1월 공개한 검사평가 자료집에 실린 검사들의 백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들의 인격 모독 발언과 태도 등에 불만을 쏟아냈다.
존중과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친 고압수사가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검찰의 속성에 익숙해진 국민에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대하는 검찰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6일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던 우 전 수석이 청사 안에서 웃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검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한 언론이 포착해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검찰 직원들이 공손이 두손을 모으고 팔짱끼고 얘기하는 우 전 수석을 보고 웃고 있었다. 그가 조사를 받기 전 수사팀장실에서 차를 대접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윤갑근 특별수사팀장(고검장)과 우 전 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인 데다가 2006~2007년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일반인 피의자들을 악명 높게 수사하기로 유명한 검찰이 피의자에게 차를 대접하고 공손한 태도로 대하는 것이 낯설기만 하다.
물론 검찰의 또다른 이면에 조직의 충성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은연 중 검찰 선배에 대한 예의를 차렸을 수도 있다.
검찰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고승덕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1심 속행 재판을 받을 당시 재판 시작 전 한 공판 검사가 박 전 의장에게 다가와 90도로 인사하고 다시 검사석으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전 국민이 최순실 사태에 크게 실망하고 관련 의혹을 규명하라고 검찰에 칼자루를 쥐어 준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단해야 되는데 검찰은 국민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듯 싶다.
최씨가 민정수석 임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는 우 전 수석을 예우해주니 말이다. 고압적이고 악명 높은 수사는 일반인 피의자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