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7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마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수용을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당내 패권세력의 발호와 농단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개혁은 유린당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원칙과 규범, 민주정치의 핵심 가치들이 훼손되는 상황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 가치를 위반한 대통령은 탄핵의 길로 가는 것이 헌법정신이나,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충격이고 국가의 불행이자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국민과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하여 거국중립내각으로 국정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정의 구심체’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표류의 시발점이 된 대통령께서는 국민에 대한 도리, 지지층에 대한 도리, 당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한다"면서 ▲거국중립내각 구성 수용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 요청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 철회 ▲대통령 당적 정리 등을 제시했다. "오늘, 내일 중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것을 대통령이 결단해야 된다"고도 강조했다.
대통령의 탈당 요구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은 당의 제 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서 우리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로 계실 때 그야말로 부정에 관해서는 추상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부정에 연루된 인사들의 출당 전례는 많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당 대표직을 맡고 있을 당시 청와대의 '불통'에 의해 삐걱거렸던 당·청관계의 이면도 털어놨다.
성명서에서 그는 "저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대립해서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때로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노’라고 얘기했지만, 패권세력에 의해 좌절했고 말할 수 없는 수모도 겪었다"고 말했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저는 대표로 선출된 이후 당직 인사를 할 때 아예 청와대의 요구를 듣지 않고 최고위원회와 상의했다"면서, "그래서 청와대와 긴장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에게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안된다는 말로 그냥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또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꼭 대통령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만남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나중에 전화통화라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묵살당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해서는 '사퇴가 맞다'고 밝혔으나, 이를 주장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친박(친박근혜)계가 '당권경쟁'으로 몰아붙이는 데 대해 그는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당을 위한 충정을 갖고 얘기하는 것을 '당권싸움'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지도부 및 친박)과 더 이상 대화 할 의욕이 없어진 상태"라며 "더 이상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저도 다시 한 번 백의종군의 자세로 엄중한 국가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겠다"면서 여야 정치인들을 향해 국정 표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합심과 노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