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대선을 불과 열흘 남긴 상황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 대선 최대 쟁점으로 재부상했다.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이미 조기투표를 마친 상황에서 현지시간 28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28일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컴퓨터를 조사하던 중 클린턴의 지난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재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합주 여론조사나 자금 모금에서 클린턴에 뒤지고 있던 트럼프는 재수사 방침이 나오자 즉각 클린턴을 맹공격했다. 그는 이메일 스캔들이 "워터게이트 이후 최대 정치 스캔들"이라며 FBI의 재수사 방침으로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게 되었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그는 클린턴이 범죄 계략을 가지고 백악관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재수사 방침을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반대했었다는 보도에 대해 트럼프는 격양된 목소리로 미국의 사법시스템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금은 우리의 사법시스템 상 최악의 시기이자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법무부가 힐러리 비호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조작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청중들도 “클린턴을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메일 스캔들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는 클린턴 캠프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재수사 발표 시기에 의혹을 제기하며 코미 국장에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은 29일 플로리다 유세장에서 FBI가 대선 바로 직전에 재수사 방침을 밝히면서도 그와 관련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무척 수상하다”며 “이는 단순히 수상한 정도가 아니라 이 같은 전례는 없었으며 무척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클린턴은 “유권자들은 완전한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클린턴은 트럼프가 이 문제를 왜곡하고 유권자들에 공포를 심어준다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특기는 미국인을 혼란에 빠뜨리고 오도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존 포데스타 선대위 위원장 역시 기자들에게 코미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재수사를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로비 무크 선대위 본부장은 “미국 법무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이번 재수사 발표는 클린턴과 유권자에 불공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메일 재수사 여파 두고 민주·공화 해석 분분
트럼프와 클린턴 진영은 서둘러 이에 따른 정치적 여파를 파악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스티브 엘멘도프 민주당 대선캠프 중진인사는 이번 이메일 이슈가 양측 진영의 지지자들을 모두 결집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은 신속히 대답을 내놓은 뒤 대선 마무리 메시지 전달에 집중해야 하며, 트럼프는 자칫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말만 외치다가 자신의 마무리 메시지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짐 맨리 민주당 전략가는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클린턴을 마음 속에 점찍어 두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대선 전이나 대선이 거의 종반에 다다른 지금까지도 클린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전략가들은 트럼프에 이메일 논란을 대선 마무리 메시지로 부각시키라고 주문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미 마음속 지지자를 정해놓긴 했지만 일부 부동층에서 클린턴의 표를 뺏어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공화당 커뮤니케이션 자문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트럼프는 폴 라이언에 대한 공격이나 폭스 뉴스의 진행자 메긴 켈리에 대한 공격은 모두 멈추고 앞으로 열흘 동안 이 문제만 집중 공략하면 된다”고 말했다.
존 피허리 공화당 전략가는 부동층 유권자들이 “결국엔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