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사업자들은 흔히 한 시장의 영향력을 다른 시장으로 전이시키기 위해 결합상품을 활용합니다. 이러한 결합상품은 때로는 경쟁을 강화하기도 하고 반경쟁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어떤 통신사업자도 시장점유율이 3분의 1이 넘지 않기 때문에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 전이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한 스티브 와일드먼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27일 KT 광화문 빌딩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와일드먼 교수의 강연은 방송통신 정책의 기본 역할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뤘다. 그는 “바람직한 정책의 핵심은 소비자 혜택과 통신사업자 이윤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통신과 미디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이 균형을 맞추는 일은 굉장히 복잡다단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인프라 시대로 접어 들면서 방송통신 정책 입안 시 하나의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는 사례별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웹2.0 기술과 소셜 기술은 기존에 없었던 거대 기업을 탄생시키면서 2위 사업자의 존재감을 없애버리곤 하는데, 우리는 아직 이러한 새로운 경제 현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과학적 이론보다는 신념이나 기존 관념에 따라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먼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같은 시장 점유율 규제가 미국에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와일드먼 교수는 “FCC의 모든 정책은 ‘공익성 원칙’에 따라 결정되며, 2009년 ‘시장점유율 규제’가 무효화 됐어도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 사업자의 제도권 편입 여부에 대해 “FCC는 OTT가 ‘MVPD(다채널 방송사업자)’의 유의미한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정한 유형의 OTT를 MVPD에 포함시키도록 개념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가 인터넷 확산에 대해서는 “인터넷 속도가 사회경제적 후생에 미치는 효과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과거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대해 국가간 경쟁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기가 인터넷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이번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국내 방송통신시장에서도 ‘공정경쟁’의 틀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