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단지 구호뿐인 혁신이 아닌, 실천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그룹 계열사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공유하고 이를 종합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재계 고위임원은 SK그룹이 추구하고 있는 '혁신 4.0'에 대한 이같이 평가했다.
인류는 총 3번의 큰 산업혁명을 통해 발전을 이뤄왔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 전환은 2차 산업혁명으로 꼽힌다. 이어 컴퓨터를 이용해 공정자동화를 이뤄낸 것을 3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한다. 현재 도래한 4차 혁명(4.0) 시대는 이종(異種) 산업간의 결합이 골자인 ‘융합의 시대’다.
이같은 융합경영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신흥국 및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차별성을 갖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시장환경에 맞춰 따라가는 기업(Fast follower) 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First mover)으로 변모하기 위해 이같은 융합경영의 필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보여주고 있는 SK그룹의 융합경영은 보편화되지 않은 이론을 정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산업간의 융합은 시스템마케팅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을 이뤄왔을 뿐, 현재까지 이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핵심인재들의 부재로 경영에서의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SK그룹이 지난 12일 가졌던 CEO간담회는 융합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기 위한 그룹의 대표적인 4.0시대 경영 사례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SK그룹 각 계열사별로 추구하는 사업이 다양한데다 시장 환경 또한 상이한 만큼 이를 위해 각 계열사별로 혁신안을 내놓고 이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공통의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드러나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융합시대의 기업들은 사업 전략으로 △사업의 본질과 사업모델의 차별성을 검토한 신사업 추진 △산업 내 제품‧서비스 경쟁이 아닌 산업을 초월한 사업모델의 경쟁 △융합기술을 이해하는 인재 확보 △개별 기업이 아닌 기업군(群) 중심의 표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는 이번 CEO세미나에서 나온 SK그룹의 근본적 변화‧혁신을 위한 실천방안과 일치한다.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혁신을 위해 △업(業)을 선도하거나 판(板)을 바꿀 사업모델 구축 △치열한 문제해결 등 실행력 제고 △글로벌 인재 확보 및 핵심인재 육성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기술력 확보 △임직원 역량을 최적화할 업무환경 도입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사업구조 혁신의 가속화를 위해 관계사들의 자산을 합쳐 사업에 나서는 ‘리소스 풀링(Resource Pooling)’ 등 그룹 계열사간의 유기적인 융합과 더불어 관계사들의 사업구조 혁신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체계적 지원 방안과 ‘보다 나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지주회사와 계열사간의 수직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계열사 스스로 성장과 위험을 관리하고 그룹 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취합해 논의하는 집단지성을 그룹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매년 열리고 있는 CEO세미나는 사업 성격이 다른 각 기업 CEO들이 현안과 특장점을 살린 혁신안을 발표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열릴 세미나에서는 계열사간의 유‧무형의 경쟁력이 융합된 그룹의 미래를 위한 진일보한 혁신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