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 "예를 들어 대기업의 계열사 A법인, 그 법인의 자회사인 B법인이 있다고 하면 각각 법인에 대표가 있습니다. 그런데 A법인이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대표가 B법인 경영활동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조세회피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가 국내에서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서철 디자이너클럽 회장은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법인의 불법적인 경제 행위로 인해 국내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SCⅢ라는 법인의 대표가 사람이 아닌 주소가 같은 조세회피처에 세워진 '법인'이라는 것이다.
이어 "조세회피처의 동일한 주소에 있는 또 다른 회사인 SCⅣ는 펀드를 만들고, 계약금도 없이 공매부동산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이 공매부동산을 담보로 국내의 한 은행에서 400억원이나 대출받아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금융범죄 행위로서 대한민국 내에서 최초로 실행된 사례"라며 "회사의 단독 대표가 법인으로 돼 있는, 즉 사람이 없는 회사가 금융인들과 공모해 통장을 개설하고 이익금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부동산을 매입한 법인이 아닌 다른 법인의 대표가 결제한 문서로 체결한 우선수익권과 대출채권의 매매 계약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국내 은행에서도 대표이사가 사람이 아닌 경우, 해당 법인 명의로 금융계좌를 만들 수 없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채권을 매입한 SCⅢ의 자금 630억원이 누구 돈인지 알 수 없고, 채권을 매각해 59억원의 매매차액을 올렸으나 사람이 없는 법인이기 때문에 세금을 징수할 수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사람이 없는 법인이 우선수익권과 대출채권을 인수한 것은 사람 없이 법인만으로는 아무런 행위를 할 수 없는 대한민국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허용될 수 없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SCⅢ에 소송을 걸었는 데 국내의 한 로펌이 PASS의 이사가 서명한 소송 위임장을 받아 법정 대리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는 A법인의 대표가 B법인, B법인의 대표가 C법인, 이런 식으로 마지막 열 번째 법인의 대표가 사람이면 9개 법인의 모든 법률 행위를 한 사람이 하게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서 회장은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둔 페이퍼컴퍼니가 국내에서 불법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세정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