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긴 여독에도 시종일관 표정은 밝았다. 메이저리그는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박병호는 수술로 데뷔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재활을 위해 일찍 귀국했다. 박병호는 “작년 겨울에 큰 꿈을 가지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올해 경험을 해본 것에 대해 만족한다”며 웃었다.
KBO리그 홈런왕 출신인 박병호는 지난해 11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금액만 1285만 달러로, KBO리그 출신 타자로는 최고액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시즌 초반 ‘한국산’ 홈런 타자로서 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오른손 통증과 빠른공 공략에 고전하며 성적은 부진했다. 결국 지난 7월2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8월25일 오른손 중지 수술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62경기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4(116타수 26안타) 10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그동안 팀 연고지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재활 훈련을 해온 박병호는 비시즌 기간에 한국에서 훈련을 하기로 결정해 이날 귀국했다.
박병호는 “부상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됐고, 재활을 하기 위해 일찍 들어왔다.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수술 부위에 대한 오해도 풀었다. 박병호는 “손가락을 잡아주는 연골이 찢어져서 통증이 있었다. 초기 재활을 잘 마무리하고 들어왔다. 한국에서 잘 재활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손목이 안 좋다고 (기사가) 나갔는데, 잘못 나간 것 같다. 손목은 괜찮았고, 손가락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빅리그 데뷔 시즌 아쉬움도 컸다. 그는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생각한 것보다 확실히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적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기본적으로 평균 구속도 다르고 볼의 움직임도 달랐다. 처음 만나는 상대이기 때문에 적응을 못한 부분도 있다. 분위기도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박병호가 가장 아쉬웠던 것은 홈런의 숫자가 아니었다. 그는 “초반에 홈런이 나왔을 때 타율이 좋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편하게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확성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며 “홈런이 메이저리그에서 12개가 나왔는데, 내년을 준비하는데 좋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초반에 나왔다. 자신감을 갖고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연습보다는,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바꿔야 할 것 같다. 내가 가진 타격 폼도 수정해야 한다. 간결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래야 힘 있는 투수들을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유증에 대해서도 걱정은 없었다. 박병호는 “큰 수술이 아니다. 병원에서 재활을 한 뒤 11월부터 가볍게 타격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프링캠프까지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병호는 빅리그 첫해 ‘한국산 거포’의 자존심을 구겼다. 내년 명예회복을 노리는 그의 다짐은 그 아쉬움에서 더 짙게 나왔다.
박병호는 “경기를 치르면서 분명히 욕심도 생기고, 실망감도 생겼다. 돌이켜 봐도, 올해는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잘한 것 같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내년이 더 중요하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